[세계는 지금] 공식시장을 통해 본 북한의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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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말, 결산의 시기다. 북한도 통상 이 시기면 연초 목표했던 한 해 경제 목표를 채우기 위해 성과 ‘몰아치기’가 한창인 때다. 2023년 역시 북한경제는 악전고투의 한 해였다. 연초 북중 국경을 열며 무역이 재개됐지만 식량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아사자’가 보고되기도 했다. 국가의 식량 통제가 강화되면서 곡물가가 오르고 아사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국가가 식량분배를 통제하며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고 배제된 사람들이 발생, 그중 농민층이 극심한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곡물 생산 ‘허위보고’, 곡물 수매 과정의 유출, 시장 유통 곡물에 대한 돈주들의 사재기 등을 막겠다고 통제에 나섰으나 오히려 시장 유통을 제약하고 분배 교란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시장’은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을까. 북한의 시장은 당국이 허가한 공식시장과 불법적인 비공식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통일연구원은 2016년 국내 처음으로 북한에 있는 공식시장의 전국적 분포와 입지 현황을 조사한 바 있고 2022년 6년 만에 동일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2022년 11월 현재 북한의 공식시장은 총 414개로 집계됐다. 2016년과 비교하면 1개 감소했다. 숫자로 보면 공식시장 증가는 정체 국면에 있었다.

전체 시장의 신규 건설, 폐쇄, 이전, 확장, 축소 등의 변동 건수는 총 116건으로 파악됐다. 신규 설치 및 확장 등 규모 확대 관련 건수는 45건, 폐쇄나 축소 등 규모 감소 관련 건수는 26건으로 전체 시장 수의 순증가는 –1개이지만 일정 수준 규모 확장은 진행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도별 시장 수는 평안남도가 68개로 가장 많았고 평양까지 포함하면 98개의 시장이 평남에 위치하고 있다. 도별 시장 수는 평균 31.8개로 2016년과 비교하면 변화는 미미했다. 전체적으로 도별, 시별 시장 수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공식시장 1개당 이용 인구 수는 6만1천831명으로 2016년 당시 5만6천265개에 비해 5천566명 증가했다. 통계청의 북한 인구 추계로 2008~2022년 약 224만8천164명의 인구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인구 증가에 비해 시장 수는 정체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 시장의 시설 규모 확대를 통해 일정 부분 늘어난 인구 수를 소화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공식적인 종합시장 이외의 상품 소비·유통 방식의 다양화가 시장 수 증가 압박을 완충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국 공식시장 전체 면적은 여의도 면적(2.9㎢)의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1개당 평균 면적은 4천697㎡(1천420평)로 서울광장(1만3천207㎡)이나 잠실야구장(1만3천880㎡)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시장 1개당 면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 매대 수는 추정 결과 총 115만3천722개로 집계됐다. 2016년에 비해 6만730개가 증가한 것이다. 시장 매대 1개당 상인 1인으로 가정하면 북한 전체 공식시장 상인 총수는 115만3천722명, 매대 상인 외에 시장관리소 관리 인력을 합하면 북한 공식시장 관련 종사자 수는 116만312명으로 추계됐다.

시장 관리에선 변화가 나타났다.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돼 왔던 시장 시스템을 국가의 계획지표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2021년 모든 상업기관과 생산, 유통, 판매 전 영역에 걸친 통제 강화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에 대한 통일적 지휘 체계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장세’는 북한 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재정 자원이 됐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2010년 이후 확장 일로에 있던 북한 시장은 최근 국가 통제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올해 8~9월 격심했던 식량난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연말에 있을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2024년 경제과업을 제시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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