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경영난, 중·저신용 차주 비중 등 영향
“관리 가능하지만 하반기 침체 대비해야”
국내 주요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화돼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 등 지방은행 5곳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 가장 증가 폭이 큰 곳은 전북은행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62%포인트 오른 1.19%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0.24%포인트 늘어난 0.54%, 광주은행은 0.17%포인트 증가한 0.46%로 나타났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0.13%포인트, 0.04%포인트 오른 0.33%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대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대표적으로 전북은행의 올 1분기 중기 대출 연체율은 0.82%로, 전년 동기 대비 0.39%포인트 올랐다. 사실상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대구은행은 0.37%에서 0.79%로, 부산은행은 0.21%에서 0.34%로 각각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대출 연체율도 낮게는 0.04%포인트에서 많게는 0.24%포인트씩 오르는 추세다.
지방은행 연체율이 높아지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 등으로 중기 경영난이 가중됐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70~90건 수준을 오가다가, 12월 107건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05건, 2월 100건, 3월 121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파산을 신청한 대부분의 기업이 중소기업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7월부턴 50%로 하향되지만, 전체 대출 증가액의 60% 이상을 중기에 대출하도록 하는 중소기업대출비율 영향도 있다. 중기비율은 신용도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은행 자금 이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1965년 도입한 제도다. 지금껏 중기비율은 시중은행에 45%, 지방은행에 60%가 적용됐다.
아울러 시중은행에 비해 중·저신용 차주들이 많아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중 지방은행 5곳에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6.75~11.38%로 나타났다. 이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인 5.89~6.4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올해 하반기 3고 현상·경기침체 등이 계속되면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지방은행은 예금이 감소하며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방은행 정기예금 수신 잔액은 지난 2월 말 26조1322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5391억원 줄었다. 국내은행의 총 정기예금이 같은 기간 2조4266억원 증가한 것과 상반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 연체율이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최근 금융당국이 그동안 지방은행이 꾸준히 요구해 온 중기 의무 대출 비중을 7월부터 50%로 낮춰주기로 해 대출 리스크로부터 한숨 돌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