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최 “색소폰은 원래 클래식 악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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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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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음반 ‘라흐마니노프’ 발매… 24일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기념공연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 뮤직앤아트컴퍼니


색소폰은 1840년대 초 벨기에 출신 악기 제작자 아돌프 삭스(1814~1894)가 발명한 악기다. 겉보기엔 황동으로 된 몸통 때문에 금관악기로 보이지만 나무로 만든 리드(관악기에서 소리를 내는 얇은 판)로 의해 소리가 난다는 점에서 목관악기에 속한다. 삭스는 자신이 만든 악기가 클래식 음악에 사용되길 바랐지만, 초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삭스가 활동하던 프랑스에서 조르주 비제, 모리스 라벨 등 클래식 작곡가들이 점차 색소폰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20세기 초 미국으로 전해진 색소폰은 오래지 않아 재즈에서 가장 사랑받는 관악기가 됐다. 지금도 색소폰을 재즈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34·최진우)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가진 새 음반 ‘라흐마니노프’ 발매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색소폰이 클래식 악기라는 것을 어떻게 알릴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면서 “색소폰은 금관의 웅장함과 목관의 유연함을 다 지닌 매력적인 악기다. 5옥타브까지 올라갈 정도로 음역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소프라노·알토·테너·바리톤 등 다양한 음높이를 가진 색소폰은 클래식 색소폰과 재즈 색소폰으로 나뉜다. 클래식 색소폰과 재즈 색소폰의 음색이 꽤 다른 것은 마우스피스(관악기에서 연주자의 입술이 닿는 부분)와 리드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칠고 튀는 음색을 내는 재즈 색소폰이 주로 금속제 마우스피스와 거친 재질의 리드를 쓴다면, 앙상블 사운드에 녹아들기 위해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클래식 색소폰은 목제 마우스피스와 부드러운 재질의 리드를 사용한다. 연주법 역시 둘의 차이가 크다. 브랜든 최는 “클래식 색소폰은 아랫입술을 말아서 불며 클라리넷과 비슷하게 풍만한 느낌을 낸다. 반면 재즈 색소폰은 입술을 풀어서 거친 느낌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색소폰은 정규 오케스트라 편성용 악기는 아니지만, 비제의 ‘아를의 여인’, 라벨의 ‘볼레로’ 등 유명한 기악곡의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와 클로드 드뷔시 등의 작곡가는 색소폰을 위한 협주곡을 쓰기도 했다. 20세기 중반 이후엔 음악대학에서 색소폰 전공자를 뽑은 덕분에 많은 연주자가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선 실용음악과 출신 재즈 색소포니스트가 대부분이다.

연주자로는 상당히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클래식 색소폰을 시작한 브랜든 최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신시내티 음대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친 뒤 프랑스 리옹 국립 음악원에서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미국 신시내티 컴피티션 1위, 미국 MTNA 국제 콩쿠르 2위, 한국음악협회 콩쿠르 1위 등 여러 국내외 콩쿠르에서 수상한 그는 2016년 귀국한 이후 클래식 색소폰 곡들을 국내 초연하는 등 클래식 색소포니스트로서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 특히 후학 양성 외에 다양한 방송 매체에 출연하고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클래식 색소폰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브랜든 최의 새 음반 ‘라흐마니노프’ 표지.


“유튜브는 색소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에 좋은 플랫폼이었습니다. 국내에서 (포털 사이트 등에) 색소폰을 검색했을 때 잘못된 정보가 많은데요. 유튜브를 통해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정확하게 알리는 한편 클래식 색소폰의 음악을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클래식 색소폰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꾸준히 음반을 내는 유일한 존재다. 2016년 첫 음반 ‘색소폰 소나타즈’를 시작으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색소폰으로 편곡하거나 직접 작곡한 곡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 발표한 ‘라흐마니노프’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전 악장,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2개의 작품, 보칼리제 등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을 클래식 색소폰으로 재해석했다. 러시아 출신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피아니스트로 참여한 음반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됐다.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작곡가로 인정받았어요. 일찍부터 작곡을 하고 싶어했지만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았죠. 그래서 혼자서 꿋꿋이 작곡하다가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계기로 인정받았습니다. 작곡가로서 라흐마니노프의 모습에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인 제 자신을 이입시키다보니 영감을 받았어요.”

그는 오는 19일 전주한벽문화관과 24일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라흐마니노프’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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