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중대재해처벌법 중기 적용 유예, 野 통큰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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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 연장법안 불발되면 1월 시행
재해 취약한 사업장 현실 반영해야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2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유예 연장을 추진하는 방안이 변곡점에 섰다. 소규모 사업장 확대 적용을 2년 유예 연장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내년 1월 17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에 시행된다. 급기야 국민의힘과 정부가 27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법안 통과를 위한 특단책을 내놨다.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방안에는 중대재해에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실태를 점검하고, 안전보건 관리역량 확충과 작업환경 안전 개선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법은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효성도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이 거론되는 건 실효성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시행됐다. 다만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선 2년 유예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경영계에서 중소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현장의 목소리 때문에 추가 유예가 거론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조치를 마쳤다고 답한 기업이 22.6%에 불과하다. 경영자원이 열악한 중소업체가 한정된 시간 내에 산업재해 예방책을 준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이대로 법안이 시행됐다간 대표가 구속돼 사실상 폐업에 이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법의 취지는 십분 이해되나 이러다가 사업장 자체가 무너지는 비극을 맞을 수 있다. 당초 이 법의 목적과 취지 역시 사업주를 강하게 처벌하려는 게 아니다. 중대재해 예방이 주목적이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안이 민생보다 정치적 포석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 처리를 위해 세 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다.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공개사과와 유예기간에 실시할 구체적인 계획 및 재정지원안 및 유예기간 종료 뒤 시행을 약속하는 정부·경제단체 합의서가 그것이다. 이날 당정이 정부의 사과와 구체적 실시방안을 내놓아 2가지 조건을 충족했다. 더구나 중소기업계는 2년 유예 시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이 요구한 세 가지 조건에 모두 양보했으니 야당이 더 이상 거부할 명분도 없고 합의 결단만 남았다.

그러나 최대 난관은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안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엮어 처리하려는 태도다. 이 법안은 중소기업 조합에 소속된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않을 경우 납품처를 상대로 가격 인상, 생산량 조절 등의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경성담합을 합법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여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이 법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안과 무관한 법이다. 부디 정치적 꼼수를 내려놓고 민생만 바라보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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