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3곳 망하자 '깜짝'…"예금 전액보증" 美 긴급카드, 시장 달랠까

입력
수정2023.03.14. 오전 4:16
기사원문
김희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SVB·시그니처은행 예금 전액 보증,
위기 확산 우려에 조기 진화 나서…
미국증시 선물 올랐지만, 유럽 추락]

미국 금융 당국이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시그니처은행 폐쇄 충격이 확산되지 않도록 전면적인 예금 보호책을 내놨다. SVB와 함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까지 전액 보증키로 했다. 주말 내내 공포에 떨었던 실리콘밸리는 물론 금융시장도 이 같은 정책에 화답했다. SVB 사태가 금융권 전체로 퍼질 가능성은 낮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 시계를 늦춰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중소 규모 은행으로의 위기 확산 전망도 나와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 유럽증시는 초반 급락하고 있다.


"공포 확산 막아라"… 미보험 예금도 전액 상환 보장


12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연준, FDIC는 이날 SVB 외에 뉴욕 시그니처은행이 문을 닫자 모든 예금자에게 전액 상환을 보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증 한도인 25만달러 이상 예치한 고객의 예금도 전액 보증한다. 특히 FDIC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도 전액 보증키로 했다. 대형 은행의 붕괴로 인한 낙진이 전체 금융 시스템을 휩쓸지 못하게 서두른 모습이다.

또 연준은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국 규제당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예금자들은 13일 월요일부터 모든 예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손실은 납세자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불거진 '혈세지원' 논란을 의식해 금융업계가 비용을 지게 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긴급 대출 프로그램은 미국 국채, 기관 부채 및 모기지 담보 증권의 담보를 대가로 은행, 저축 협회, 신용 조합 및 기타 적격 예금 기관에 최대 1년의 대출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SVB, 시그니처은행처럼 금리 급등으로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앉고 있는 은행들은 연준으로부터 보유자산의 원래 가치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면 헐값에 급히 자산을 팔 이유도 사라진다.

당국은 주말 동안 SVB 매각을 추진했으나 단기 매각이 여의치 않고, 회사 운영자금을 예치한 스타트업들이 직원 급여를 지불하는 데 겪을 어려움을 감안했다고 정책 취지를 밝혔다. HSBC는 이날 SVB의 영국 자회사 SVB UK를 단돈 1파운드(약 1600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SVB 미국 본사 대한 인수는 아직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다만 '구제금융'이 아니라 금융업계가 지불하는 수수료를 재원으로 하며 주주와 채무자에 대한 지원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자를 지원하기 위해 발생하는 예금보험기금 손실은 법에서 요구하는 대로 은행에 대한 특별평가를 통해 회수한다는 방침다.


당국 전면적 조치에 시장 환영… 이달엔 금리 동결?


암호화폐 기업에 대출을 제공해온 실버게이트 은행(8일)과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SVB에 이어 이날 시그니처은행의 붕괴는 최근 1주일 사이 세 번째 미국 은행의 파산 소식이다. 시그니처은행 역시 암호화폐에 전문화된 은행이다. 미국 금융 당국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은 물론이다.

정책 당국의 조치로 보험에 가입한 모든 예금자는 예금을 완전히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자는 다음 주 내에 선지급금을 받는다. 미보험자금의 잔액에 대한 법정관리증명서를 받아 FDIC가 SVB의 자산을 매각하면 향후 배당금을 받는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소재 SVB의 17개 지점은 이날 재개장해 정상 영업시간을 유지한다. 온라인 뱅킹 및 기타 서비스를 포함한 은행 업무도 재개된다. 지난해말 SVB의 총자산은 약 2090억 달러, 총예금은 약 1754억달러다.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금액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주말 사이 SVB 매각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미보험 예금 규모는 FDIC가 은행과 고객으로부터 추가 정보를 입수한 후 결정될 예정이다.

미국 금융시장은 즉각 안도했다. 이날 개정 전 거래에서 S&P500 선물이 1.6% 상승했다. 하지만 아시아 증시에서는 코스피가 0.67%, 홍콩 항셍지수는 1.95% 상승한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금융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며 1.11% 미끄러진 채 마감했다. 유럽증시는 장이 열린 후 낙폭을 계속 키워 유로스톡스 50은 오전 10시26분 기준 2.95% 급락 중이다.

골드만삭스의 한 경제학자는 고객 노트에 "우리는 이러한 조치들이 예금 유출에 직면한 은행들에 상당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예금자들 사이의 신뢰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었다. 골드만삭스는 내주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며 5.25~5.5%의 최종 금리를 예상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SVB 사태와 관련해 13일(현지시간) 공식 연설에 나선다. 백악관은 전날 "대형 은행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굳게 약속한다"며 "내일 아침 미국의 역사적인 경제 회복을 지키기 위해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연설하겠다"는 대통령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