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화장실조차 없던 ‘흙수저’…100억대 자산가 된 비결[H.OUR]

입력
수정2022.07.24. 오전 7:12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저자 송희구 인터뷰
유튜버이자 대기업 과장인 그가 밝힌 '경제적 자유'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송희구 작가를 만났다. 100억원대 자산가인 그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저자, 유튜버, 그리고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1980년대 말. 비가 줄기차게 내리퍼부었던 한 밤이었다. 5살 소년은 허름한 빌라의 문 앞에 앉아 부글대는 배를 부여잡았다. 화장실에 가려면 알루미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우중충한 밤하늘이 무서웠다. 그러던 중 배에서 신호가 왔다. 소년은 참지 못하고 바지를 내려 아버지 구두에 볼일을 봤다. 후폭풍이 두려워 구두를 문 앞에 내놨다.

이른 아침. 비가 그쳤지만 고군분투했던 한밤의 흔적은 그대로 남았다. 아버지는 “웬 개가 볼일을 봤다”며 분통해했다. 소년은 그날의 비밀을 20여 년간 간직했다. 훗날 진실을 고백했을 땐, 아버지는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소년의 부모님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빴다. 성실했지만 가난했다. 안정된 보금자리가 없어 낡은 빌라를 전전하며 살았다.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고, 현관문조차 잠기지 않았다.

소년의 시야가 트인 건 아버지 친구 때문이었다. 평범한 농사꾼었던 아버지 친구는 60억 토지 보상으로 부자가 됐고, 그 기억은 훗날 소년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도록 동기부여를 한 계기가 됐다. 이제 40대를 앞두고 세 자릿수 자산가가 된 송희구(39) 씨 얘기다.

송 씨는 작가로도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화제의 웹소설 ‘서울 자가(自家)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저자이자 11년 차 대기업 과장이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고군분투하며 토지와 부동산 투자를 했던 값진 경험은 그의 소설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에겐 작가·투자자·대기업 과장이라는 세 가지 정체성이 있는 셈이다.

최근 송 씨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오랜 시간 축적했던 ‘경제적 자유’에 대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다. 송 씨는 “제가 했던 고생을 남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가 줄기차게 ‘평범한 직장인이 부자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온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송 씨를 만났다.

“사회 초년생 때 하루 5000원만 쓰며 버텨…4년간 월급의 90% 저축”
송희구 작가는 매일 4시30분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주변인들이 열정을 갖는 일을 찾아내 성취해 내는 사람인지, 외제차·해외여행 등 부자인 척 과시하는 사람인지 되돌아보라"고 조언했다. 임세준 기자


▶처음 투자를 시작한 건 언제인가

“29살이었다.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웬만한 경제경영, 자기계발, 처세술 책을 다 읽었다. 이와 별개로 국토교통부 자료도 찾아서 수집했다. 그러면서 소비를 최대한 줄여 종잣돈을 모으고 주말엔 임장을 다녔다. 입사 후 4년 동안 월급의 90%를 저축했다.”

▶소비를 얼마만큼 줄였나

“첫 회사에 입사하고 하루에 5000원만 썼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새벽에 첫차를 탔다. 왕복 교통비를 제외하곤 점심으로 일 년 내내 3000원짜리 치킨마요만 먹었다. 1년 후 대기업으로 이직했을 땐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땐 하루에 왕복 교통비만 썼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퇴근 후엔 아르바이트를 했다. 편의점, 재즈바 등에서 일했다.”

▶목표한 종잣돈은 얼마였나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하진 않았다. 사회 초년생 때 세후 연봉이 3000만원 초반이었다. 일 년간 모은 돈을 계산해 보니 3000만원이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까지 합한 금액이다. 그 당시엔 회사에 출퇴근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임장 다니는 것만 했다. 이런 소비 습관을 결혼 후 자녀를 출산할 때까지 이어갔다.”

“2년 임장 끝에 종잣돈 6000만원으로 첫 토지 계약”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월세 게시물 모습. [연합]


▶첫 계약을 한 시점은 언제인가

“30대 초반이었다. 2년간 모은 6000만원으로 첫 토지 계약을 했다. 찾던 금액과 입지 조건에 맞는 경기도의 논밭이었다. 일단 도로가 잘 뚫려있고, 시세보다 싸고, 주변에 개발이 많이 돼있었다. 미래에 개발될 토지로 보였다. 임장을 2년간 다니면서 처음엔 보상받을 만한 토지를 찾아다녔는데, 꼭 보상받지 않더라도 시세가 오르면 팔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투자 방식 가운데 토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아버지 친구가 토지로 보상받았던 기억이 있어서다. 아버지 친구는 특수 작물을 재배해서 호텔에 납품하는 일을 했는데, 농사를 위해 사뒀던 땅이 개발 대상이 되면서 60억원 가량 보상받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두 집안의 형편이 비슷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버지 친구는 골프를 치러 다니고 해외여행을 다니더라.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체감하면서 결국 ‘부동산이 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식 투자도 해봤나

“주식 투자도 고려해 봤다.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외부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더라. 외국인들이 와서 한 번에 팔면 쭉 떨어지고 사면 한 번에 올라갔다.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의 손에 놀아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발 담그면 안 되는 시장으로 여겼다.”

▶자산을 축적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토지인가. 작가님의 투자 원칙은.

“그렇다. 여태까지 30번 가량 계약을 했다. 토지의 시세가 올라 팔거나, 토지에 건물을 올려 팔았다. 토지 계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환금성’(자산의 가치를 현금화하는데 필요한 기간)이었다. 언제 내놓아도 잘 팔리는 토지를 사야 한다. 여러 번 계약하면서 토지를 반복적으로 사고파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입지 가치가 좋고, 도로가 잘 뚫려있는 좋은 토지를 사서 오래 보유해야 한다.”

10년째 같은 차·집은 실거주용 1채…토지 투자 집중·유튜버로 시행착오 공유
['작가 송희구' 유튜브 채널]


▶그렇다면 투자할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나

“이른바 ‘영끌’. 무리한 대출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집 기준으로 생각하면 주택담보대출만 받아야 한다. 신용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면 안 된다. 이 원칙을 어기면 집이 전 재산이 되어 대출을 갚는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된다. 다른 투자도 할 수 없다. 중간에 급매로 집을 팔기도 한다.”

▶현재 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달성했다. 자산이 늘어날 때마다 성취감이 컸을 것 같다.

“자산이 늘어나도 체감하는 큰 변화가 없다. 월급이 25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늘어난 느낌이다. 자산은 부채 없이 세 자릿수다. 집은 실거주를 위해 한 채만 보유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가 중요한 이유

“제가 회사를 다닐 땐 사람들이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젊었을 때 돈을 멀리한 사람들이 오히려 나이가 들어 돈을 위해 일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 투자가 중요한 것 같다. 제가 투자를 시작했을 땐 지금처럼 정보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저의 시행착오를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고 싶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후 소비 습관이 변했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10년째 같은 자동차를 타고 있다. 새 차를 사면 긁힐까 봐 신경 쓰여서다. 명품도 사지 않는다. 자라에서 세일할 때만 옷을 산다. 하지만 쓸 땐 쓴다. 음식, 가전, 가구를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의자, 식탁, 냉장고, 인덕션 등은 최상급의 품질로 산다. 가전이나 가구는 24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양질의 제품을 선호한다.”

평범한 직장인, 부자 되는 길?
['작가 송희구' 유튜브 채널]


▶평범한 직장인이 부자가 되는 길은

“첫째, 주변 사람이 중요하다. 회사 안팎으로 열정을 갖는 일을 찾아 성취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반면 기회를 잡을 방법을 알려줘도 안 되는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외제차, 해외여행 등 형편에 맞지 않는 소비로 부자인 척 과시하는 사람들도 멀리해야 한다.

둘째, 사회 초년생 때 소비를 절제해야 한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더 힘들다. 1년 동안 소비를 줄이는 습관을 유지하면 절제하는 능력이 생긴다.

셋째, 정답은 어려운 길에 있다. 쉬운 길, 익숙한 길이 아닌 낯선 길을 선택해야 기회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진부한 얘기지만 책을 읽는 습관이다. 영상을 보는 것이 일방향적이라면, 독서를 하는 것은 양방향적이다. 그만큼 정보를 습득하고 시야를 확장하는 데 유용하다.”

송희구 작가는 "돈 버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더 힘들다"며 "사회 초년병 시절 소비 절제가 중요하다. 1년 노력하면 습관이 된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자산 가치 급등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난 5년간 집값이 폭등했다. 오히려 2030세대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통해 자산의 가치를 깨닫는 인생공부를 했을 것이다. 과거에도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른 시기가 있었다. 젊은 세대는 이런 ‘사이클’을 짧고 굵게 경험한 셈이다. 미래에 집 살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공부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일시적 조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 요지처럼 수요가 많은 곳은 집값이 빠지기 쉽지 않다. 한국의 집값은 IMF 때 30% 가량 하락했다. 경제적 위기 때 30%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30%까지 빠질 거라고 보지 않는다. 신규 공급이 있어야 매매와 전세 가격이 내려갈 텐데, 서울은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 집을 짓기 위한 원자잿값도 엄청 올라간 상태다. 일시적 조정은 있어도 급격한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5억짜리 아파트가 10년 뒤 얼마가 돼있을지 생각하면 된다. 아마 8억이 돼있을 것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