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론] 도서정가제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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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할인폭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한 현행 도서정가제가 다음달 20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전 및 재고 도서의 할인폭 제한 적용 제외, 전자책 할인 확대 등 현행보다 완화된 개정안을 내놓은 이후 논란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은 소비자 후생을 앞세워 지금 책값이 너무 비싸다 주장하고 반대 측은 문화 육성보다 경제 논리에 편향된 개정안이 출판 생태계를 망가뜨릴 것이라 주장한다.


■ 찬성 / 김주원 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
도서展·재고도서는 적용 예외…소비자 책값 부담 덜어줄 필요


김주원 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
도서정가제는 도서 가격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고 정해진 가격으로만 도서를 구입해야 하는 등 가격 비교 등을 통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도서정가제가 추구하는 목표가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저작물의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부 대형·온라인 서점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중소 서점을 보호하고 나아가 출판문화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신간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유지하되 발행 후 12개월이 지난 간행물은 정가 변경(재정가)이 가능하도록 기한을 조정하고,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에 도서전, 장기 재고 도서 등을 포함하며 전자출판물 할인율을 20%로 확대하는 안이 제시됐다. 도서전 등에서 장기 재고 도서나 평소 구매하지 못한 다양한 도서를 경제적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도서가 갖는 장점을 체험하게 하고, 구매로 연결될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도서정가제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해당 도서전의 범위, 장기 재고 도서의 구체적 기준을 정할 때 무분별한 예외가 아니라 관련 업계와 충분히 의견을 나눠 정하면 될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관련 업계가 더 절실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가 기준을 만들고 제도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는 논의 기간이 짧아 관련 업계 간 이해와 상호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위한 배려와 기존 업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20% 할인율이 무리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매년 독서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많은 우려를 하는데 소비자가 도서 가격이 높다고 체감하고 경제적 부담감을 갖는 것은 도서 구입을 꺼리게 하는 중요한 장벽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9년 관련 조사에서도 도서 가격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낮다는 응답률보다 33.8%포인트 높게 나타났으며, 할인 허용 비율을 확대해 달라는 응답이 52.1%로 절반을 넘었다.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가격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도서 시장이 위축돼 출판사는 영업이익이 저조한 부분을 신간 도서에서 충당하기 위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기보다 시중에서 유사한 종류로 판매되는 도서의 가격 선에서 유사하거나 동일하게 책정하고 있다.


■ 반대 / 홍영완 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
문화출판을 경제논리로 접근…중소서점 1천곳이상 문닫을것


홍영완 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
정부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말 느닷없이 출판, 서점, 전자책, 소비자 등 13개 민관 협의체가 16차례에 걸쳐 조정한 합의안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번 도서정가제 개악 사태의 발단은 그간의 합의 노력을 무시한 문체부의 독선에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문체부에 합의안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 청와대 고위층이라는 사실이다. 현 정부는 지난 정권의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을 촛불의 함성으로 응징하고 출범한 민주 정부다. 이런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의 결정 사항에 개입해 민관 합의안을 뒤엎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우리는 2017년 대선 때 "현행 도서정가제를 강화해 실효성을 지닐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생생히 기억한다. 둘째, 서점 1000곳이 문을 닫게 된다. 2014년 이전 서점 풍경을 회상해보자. 반값 할인, 1+1, 전집 80% 특가…. 도서정가제 적용 전날에는 온라인 서점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할인이 극성을 부렸다. 그렇게 할인에 취해 무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동안 동네 서점 1000곳이 문을 닫았다. 반대로 할인폭을 줄인 현행 도서정가제 이후 풍경을 보자. 거짓말같이 문 닫는 서점이 줄어들었고 독립서점 50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작은 출판사 창업도 이어져 신간이 33% 증가하고 매년 8만종 시대가 열렸다. 만약 도서정가제가 개악되면 싼값에 책을 사기도 전에 서점 1000곳 이상이 문을 닫는다.

셋째, 책의 미래를 경제 논리로만 보았다. 정부 개정안의 핵심은 구간의 예외 조항, 전자책 추가 할인, 웹툰·웹소설의 예외 조항 등 '할인'과 '예외'로 일관된다. 그 근거는 '소비자의 후생'이다.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바로 그 이유로 15% 할인을 이미 적용하는 반쪽짜리 도서정가제인데도, 여기에 할인을 더해 출판 생태계를 망가뜨리려는 의도를 모르겠다. 웹툰·웹소설을 예외로 두면 다른 전자책이 안 팔리고, 전자책을 추가 할인하면 종이책이 덜 팔린다. 구간만 예외로 두면 신간은 외면당하고 독자들이 읽을 새 책이 줄며 서점은 경영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국민 독서권의 침해로 귀결되는 건 자명한 이치다. 책을 읽고 구매하는 대상을 단순히 소비자로 보기보다는 독자로 봐야 한다. 도서정가제를 경제 논리가 아닌 문화 논리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개악 시도를 접고 민관 합의안을 개정안으로 채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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