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을 향해 두 선수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1라운더, 얼리 드래프티, 소속 팀 감독과 같은 포지션이고 데뷔 시즌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하는 등 공통점이 많은 두 명이다. 하지만 신인상 자리는 단 하나. 오직 한사람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영광을 차지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신인왕의 훈장은 누가 가져갈까.
신인상 레이스에서
가장 오래 뛰고 있는 김준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신인왕 경쟁이 치열하다. 팀의 시즌 개막전부터 출전해 꾸준히 주목을 받은 삼성화재 김준우는 레이스 선두 주자로 가장 오랜 시간 경쟁에서 뛰고 있다. 그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미들블로커 지원자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호명을 받았다.
그를 선택했던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점프와 배구 센스가 좋고 서브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프로에서 통할 정도로 능력을 키우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감독의 기대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시즌 개막 경기부터 선발로 나서며 올해 데뷔한 신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고 있다.
Q. 이번 시즌 신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소감 들어볼 수 있을까요.
시즌 초반부터 감독님께서 많은 기회를 주신 덕분에 뛰고 있어요. 처음보다는 지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프로 선수로 데뷔 경기였던 1라운드 현대캐피탈 경기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공격 첫 득점과 첫 블로킹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공격 득점은 세터와 호흡이 어긋났는데 운 좋게 연결됐어요. 그래도 프로 첫 득점이라 기억에 남아요. 블로킹도 그날 가운데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가 겨우 하나 잡을 수 있었어요.
Q. 삼성화재 코트에서 제일 어립니다. 막내로 코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연차 많은 형들이 뛰는 가운데 내가 진짜 막내잖아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부담감이 있었는데, 옆에서 형들이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분위기도 띄워줘요. 나도 옆에서 막내인 만큼 더 뛰고 분위기를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2라운드 KB손해보험 경기요. (이날 김준우는 블로킹 2개, 서브 1개를 포함해 8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83.33%였다.) 그전까지는 좋은 경기를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이때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 경기를 계기로 이후로 점점 자신감도 붙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김상우 감독도 현역 시절 아주 유명한 미들블로커였습니다.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을 많이 배웠을까요.
속공 타이밍을 대학교 시절과는 완전히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즌 초반에는 대학교 때처럼 하려다 보니 잘 안 통했어요. 지금은 몸에 점점 익숙해졌고, 그게 경기에도 나오는 게 느껴지고요.
Q. 어떤 부분을 바꾸려고 했을까요.
속공 타이밍 자체를 정말 빠르게 하고 있어요. 세터가 공을 주기 전에 미리 공중에 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세터가 공을 주면 바로 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눅 들지 않고
패기 있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Q. 나이로 보면 4학년이지만, 3학년 얼리 드래프티로 프로에 왔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친구들이 다 4학년이었기에 친구들이 드래프트에 나갈 때 같이 나가고 싶었어요. 미리 간 친구들이 프로에서 하는 걸 보면서 나도 더 넓은 세상에 가면 실력을 향상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프로 세계에 빨리 온 것에 후회는 없어요.
Q. 본격적으로 신인왕 이야기를 해보죠. 이번 시즌 유력한 신인상 후보입니다.
후보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회를 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몇 경기 남지 않았는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결과도 좋게 따라올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아무래도 경쟁자는 이현승 선수가 될 듯 한데 김준우 선수가 바라보는 이현승은 어떤가요.
현승이는 세터로 자기 소신이 강한 게 느껴져요. 세터로 기질이 좋은 선수이기에 대학교 때부터 만날 때마다 잘한다고 느꼈고 지금도 그래요.
Q. 김준우가 바라보는 김준우는 어떤 선수인가요.
대학교 때부터 코트에서 말을 많이 하고 시끄럽게 하는 선수였어요. 그래서 경기 도중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나로 인해 분위기가 좋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경기에서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해줄 수 있나요.
‘패기’요. 주눅 들지 않고 누구랑 하든 패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신인 시즌에 반드시 세우고 싶은 기록이 있나요.
속공과 블로킹 모두 TOP10 안에 들고 있는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 기록을 유지하면 좋겠어요. 그래도 기록 욕심보단 남은 경기에서 우리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Q. 자신이 꼭 신인상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은 크게 받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이 커요. 개인 성적보다는 팀이 많이 이기고 싶어서 팀 성적에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김상우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경기를 뛰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에게 감사드려요. 한 경기 한 경기가 나에겐 소중한 경험이에요. 경기를 치를수록 재밌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은 활약이 궁금합니다.
지금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이 14득점인데 남은 경기 중에 한 번은 넘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 경기 최다 블로킹은 7개인데. 최다 블로킹 기록도 한 번 더 뛰어넘어 보고 싶습니다.
Q.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남은 경기에서 지금보다 더 좋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전반기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후반기에는 진짜 좋은 활약 펼치고 형들과 함께 우리 삼성화재만의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인왕 경쟁도 클래식 매치
후발 주자로 나선 현대캐피탈 이현승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맞대결은 V-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라이벌전이었다. 우승을 향한 두 팀의 처절했던 경쟁은 많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이끌었다. 그 더비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2016-2017시즌부터 V-리그는 두 팀의 맞대결을 클래식 매치라고 부르고 있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마침내 클래식 매치가 성사됐다. 김준우와 함께 2022년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이현승이 경쟁 상대다. 그는 1라운드 2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이현승의 장점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흔들리지 않고 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모처럼 얻은 신인드래프트 상위순번의 기회에서 최태웅 감독은 주저 없이 이현승을 선택했다. 오랫동안 좋은 세터를 찾던 팀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기대는 컸지만 시즌 초반 그는 14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좌절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예상외로 일찍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이 기다리고 기다린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됐고 주전 세터로 거듭났다. 그는 신인으로 코트 위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야전사령관으로 선배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Q. <더스파이크>와 인터뷰할 땐 항상 쌍둥이 동생(이현진)과 같이 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현진이랑 할 때는 긴장되지 않았는데, 혼자 하니깐 떨려요. 그래도 설렙니다(웃음).
Q.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전 세터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출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회라 생각해요. 다만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데 요즘 흔들리고 있는 게 느껴져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요.
Q. 처음부터 기회를 잡은 건 아니었습니다. 1라운드에는 엔트리에 제외됐고,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는데 당시를 돌아볼까요.
최태웅 감독님께서 우선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살도 찌우고 웨이트도 열심히 했죠.
Q. 2022년 11월 27일 OK금융그룹과 2라운드에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그 당시가 기억날까요.
당연히 기억나죠.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는데 3세트 때 갑자기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어요(웃음). 긴장할 틈도 없이 경기했고, 4세트도 교체돼서 들어갔어요. 그런데 5세트를 앞두고 감독님이 스타팅으로 들어가라고 했을 때 긴장되더라고요. 다행히 이겨서 좋았죠. 데뷔 경기를 이겼다는 게 좋은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요.
Q. 현대캐피탈은 국가대표 공격수 라인업입니다. 가장 나이 차가 적은 형은 허수봉이지만 연차는 아니죠. 국가대표 형들에게 공을 올려주는 건 어떤지 궁금합니다.
엄청 부담스러워요. 세터만 잘해도 이기는 경기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자리가 불안하니깐 부담감도 많이 있고 책임감도 느껴요.
Q. 큰 경기에서 흔들리는 것도 보입니다.
감독님도 말씀하시지만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경험도 있지만 어려울 때 헤쳐 나가는 게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중, 고등학교 때는 우승을 많이 경험했는데.) 중, 고등학교 때와는 정말 달라요(웃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요. 사실 중, 고등학교 때는 정말 편하게 했어요. 부담감 없이 하고 싶은 경기를 마음껏 했어요. 이현진(한양대), 장지원(한국전력), 이요셉(경기대)까지 우리끼리 재밌게 경기를 하고 대학교에 올라와서도 즐겁게 했어요. 하지만 프로는 보여줘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과 책임감이 이전보다 훨씬 다른 게 느껴져요.
Q. 최태웅 감독은 “까불어라”고 좀처럼 듣기 힘든 주문을 했습니다. 이젠 그 의미를 알 것 같나요.
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해요.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지금은 그때 보여줬던 과감함이 안 나오는 게 느껴져요. 감독님이 원하시고 나도 나만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Q. 현역 시절 ‘명세터’였던 최태웅 감독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할 때마다 무한 신뢰를 주고 있고요. 한편으로 큰 부담이겠지만 신인에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맞아요. 엄청 감사드리죠. 내가 아무리 코트에서 흔들리더라도 믿어주시잖아요. 덕분에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고 나의 존재감을 프로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골라줄 수 있나요.
5라운드 대한항공 경기요. 너무 간절한 승리를 해서 좋았어요. 팬들의 열기와 함성이 정말 좋아서 기억에 제일 남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대한항공에게 472일 만에 승리를 따냈고, 승점 3점을 추가했다.)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 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입니다”
Q.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영광스럽고 당연히 욕심도 나요. 하지만 신경 쓸 시간이 없어요. 세터는 공격을, 경기를 만들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팀을 위한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얼리 드래프티로 프로에 일찍 온 것은 어떤가요.
후회는 없어요.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으면 그랬을 것 같아요.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좋으니까요.
Q. ‘01즈’ 친구들(장지원, 정한용, 박승수, 홍동선)이 먼저 프로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힘들 때 그 친구들은 도움이 될까요.
당연하죠. 지원이랑 연락을 정말 많이 해요. 서로 같이 힘들 때 전화도 많이 하고 의지하고 있어요. 동선이도 같은 팀이니깐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요. 승수는 시간표 짤 때만 연락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Q. 이현승 선수가 바라보는 김준우 선수는 어떤가요.
대학교 때도 경기에서 몇 번 마주쳐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신인 중에서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전으로 오래 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득점도 가장 많이 쌓고 있으니깐요.
Q. 이현승 선수가 바라보는 이현승은 어떤 선수인가요.
‘깡’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자신감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자신감이 떨어져서 더 빨리 회복하고 싶어요.
Q. 자신이 신인상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신인 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자 인생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에요. 세터가 개인 기록으로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현재 팀 기록과 성적이 좋잖아요. 팀 기록과 성적을 내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감독님께 고마움을 전해볼까요.
감독님이라고 하면 안 되고 테디라고 불러야 해요(웃음). 감독님이라고 말하면 커피 사야 해요. (자신의 닉네임은). 토니요. 처음에 아이언맨으로 하고 싶었는데 이건 안 된다고 해서 토니로 하게 됐습니다. 아무튼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회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기회를 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해서 최대한 빨리 안정적인 모습,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Q. 신인으로 세우고 싶은 기록이 있을까요.
신인으로 우승을 한 세터 타이틀을 한번 달아보고 싶습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을까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패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는데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_김하림 기자
사진_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