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주유소 기름값 비싼 이유 따로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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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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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가격·유통구조 첫 조사
소수 대리점 공급가격 좌지우지
수직계열화된 유통구조가 문제
대리점 담합 가능성도 제기돼
도, “직접 조사 권한 마련할 것”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759원, 경유를 1854원에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제주 지역 기름값은 항상 전국 평균치를 웃돈다. "섬이어서 수송 비용이 더 드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유사와 독점 계약을 맺은 소수 대리점이 사실상 석유 공급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 구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새롭게 나왔다.

제주도는 전국에 비해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석유 제품들이 도내 소비자 물가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주 지역 석유 제품 가격 및 유통 구조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맡아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주는 육지부와 달리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한 석유 유통 구조로 인해 가격 결정이 소수 대리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국내 4개 정유사 중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와 GS칼텍스, S-오일 등 3개 정유사는 제주에 '대리점'을 각각 1개씩 갖고 있다. 이들 3개 정유사는 자신들과 계약한 대리점을 통해서만 독점적으로 도내 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고 있다. 정유사별 대리점이 공급하는 주유소의 수는 SK에너지는 52곳, GS칼텍스 47곳, S-오일 29곳 등 128곳으로, 도내 전체 주유소(194곳)의 66%다. 사실상 대리점의 공급 가격이 도내 주유소 판매 가격을 정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육지부는 정유사 직영 대리점 이외에 많은 대리점이 존재하면서 가격 경쟁이 가능하다. 또 육지부 주유소는 애초 계약한 정유사가 아닌 타 정유사에게서도 유류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제주지역 주유소들은 불가능한 유통 구조를 갖고 있다.

연구진은 대리점-주유소 간의 수직 계열화가 대리점과 주유소 모두에게 이익이 발생하고 있어, 이 같은 유통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은 "전국적으로 주유소 수는 2010년 1만3,200여개에서 최근 1만1,100여개로 줄었지만, 제주의 경우 오히려 2010년 183개에서 194개로 증가한 점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정유사와 도내 소수 대리점간 독점적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와 주유소들이 자신들과 계약한 1곳의 대리점 외엔 거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파악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유통구조 문제 외에도 육지의 경우 전체 거래량 중 전자상거래를 통한 현물 거래량이 13.6%에 달해 시장의 경쟁 구조를 형성해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제주는 현물 거래가 없어 가격 경쟁 요인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업체 간 담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전국 평균 대비 도내 유류세 인상·인하 반영 비율이 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7월 12일 전국적으로 휘발유의 경우 전날 대비 L당 8원, 경유는 전날 대비 5.92원이 인하했다. 하지만 제주지역은 휘발유인 겨우 전날 대비 L당 67원, 경유는 전날 대비 73원이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도내 194개 주유소 중 휘발유는 122개(62.52%)가 L당 90원, 경유는 127개(65.13%)가 L당 100원 각각 인하했다.

연구진은 "제주 지역은 대리점의 과점 구조와 주유소와의 수직 계열화로 가격 상승 요인이 존재한다"며 "제주지사가 거래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해 보고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활용해 대리점들의 공급 가격을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대리점을 통한 담합 현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되므로 석유 시장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줄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

제주도는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주기적으로 석유 시장 가격 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통해 제주도는 대리점과 주유소 간에 과도한 마진 발생 여부를 분석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히 제주도는 제주지역 석유 제품 유통 구조 문제점 해결을 위한 직접 조사에 나서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행위 조사 권한을 이양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공정위가 갖고 있는 사법 권한 이양이 불가하다면 현재 전국적으로 5개만 운영 중인 공정위 출장소를 제주도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제주지역 석유제품 유통구조가 타 지역과 다르다는 점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도내 석유 제품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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