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지학원, 땅 매매대금 안 받고 소유권 넘겼다가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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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29. 오전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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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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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 돌입한 명지학원...보유토지 530억에 매각
100억만 받고 소유권 이전 등기...잔금 못 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訴...승소했지만 회생 지연 우려


명지대학교 전경./명지대학교 홈페이지

명지대학교를 보유한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회생절차를 밟던 중에 경영 정상화 목적으로 보유 토지를 팔면서 돈을 다 받기도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 매수자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계약상 받기로 한 땅값은 약 530억원인데 101억원만 받은 상태다. 명지학원은 등기를 말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일단 이겼지만, 매수자 측이 항소해 회생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부장판사 손승온)는 지난 9월 명지학원이 주식회사 새나풍경과 A·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새나풍경과 A·B씨에게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새나풍경은 2006년 설립돼 건설 하도급 공사와 행사 대행 등을 한다.

명지학원은 재정 위기를 겪다 2020년부터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교육부는 2021년 2월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을 허가했다. 교육용 기본재산은 학교법인이 교육에 직접 사용하는 시설과 교구 등 재산으로 당시에는 교육청 허가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법인 소유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과 용인시 처인구 남동 소재의 토지를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명지학원은 같은 해 5월 새나풍경과 각각 100억원, 418억원에 달하는 토지 매매계약 2건을 체결했다. A·B씨와는 17억2000만원 규모의 토지 매매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매도인은 잔금을 받은 후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명지학원은 2021년 8월 매매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새나풍경, A·B씨에게 각각 소유권이전 등기와 소유권이전 청구권 가등기를 마쳤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토지 등 동산 역시 잔금을 치른 후 소유권을 넘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명지학원은 매매대금을 모두 받기 전에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다. 새나풍경은 계약 1건 대해 101억원을 지급했으나 이후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A·B씨 역시 매매대금을 완납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을 파악한 교육부는 12월 31일까지 매매대금을 모두 받지 못하면 재산처분 허가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매매대금을 받지 못했고, 명지학원은 지난해 7월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냈다.

당초 매수자 측은 매매대금이 거액인 만큼 소유권을 이전받아 대출을 일으켜 잔금을 완납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가 규정에 벗어난 계약을 체결했다며 재산처분 허가를 취소하고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명지학원은 담당 직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명지학원은 소유권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넘긴 직원을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매수자 측은 유병진 명지대 총장이 관련 사안을 모두 인지하고 암묵적으로 용인했음에도 명지학원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반발했다. 소송 과정에서는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의 기본재산 처분 허가가 매매계약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매매대금을 모두 받지 않은 상황에서 명지학원 스스로가 소유권을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가 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재산 처분 허가를 취소하더라도 이미 체결된 계약을 소급해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년 넘게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올해 9월 명지학원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가 재산 처분을 허가하면서 처분 대금을 완수하지 않고는 재산 소유권을 이전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명시했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약이 유효하다면 사립학교법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파탄 상태에 놓인 재단의 재정 안정을 목적으로 이뤄진 (재산) 처분 허가는 단순한 주의가 아닌 조건적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제46조 역시 처분 허가를 받더라도 처분 대금을 완수하지 않으면 소유권 이전을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원고가 스스로 각 토지 소유권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했더라도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금 새나풍경이 100억원을 모두 지급한 토지 매매계약은 소유권이전 등기가 유효하다고 봤다.

이 사건으로 명지학원 회생절차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명지학원은 올해 7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본격적인 회생절차를 밟는 상황에서 과거 토지 매매계약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새나풍경 등 항소로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올라가 있다. 항소심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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