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근원인플레 0.3%↑”…“방향 맞지만 하락속도 불충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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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14. 오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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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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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CPI 집중 분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대로 나온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0.64%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34%, 0.64%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에 연 3.42%대까지 내려갔습니다.

12월 CPI는 월간 마이너스를 포함해 고무적인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다만, 오전에는 시장이 갈피를 못잡는 분위기였습니다. 예상치에 딱 들어맞는 데다 어제 선반영된 부분도 일부 있겠지만 서비스를 포함해 하락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지역 연방준비은행 인사들도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오늘은 CPI와 기준금리전망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2월 CPI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로도 6개월 연속↓”…“주택 서비스 뺀 근원 서비스 물가 11월 0.1%→12월 0.3%”


이날 핵심자료인 CPI부터 보죠. 12월 CPI가 전년 대비 6.5% 상승해 월가 예상치와 같았는데요. 지난해 6월 9.1%를 찍은 뒤 6개월 연속 하락입니다.

전월 대비로는 예상대로 -0.1%를 기록했는데요. 물가가 하락한 것이죠. 전월 대비 마이너스는 2020년 5월 이후 2년7개월 만입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5.7%, 11월과 비교하면 0.3% 상승해 모두 전망치에 부합했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명히 여전히 고통스러울 정도로 (절대 수치가) 높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헤드라인 숫자 6.5%가 너무 높다는 점 말고는 좋은 소식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물가하락은 휘발유 덕이 컸는데요. 12월에만 전월 대비 -9.4%를 보였고 1년 전보다는 1.5% 하락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중고차 가격도 1달 전 대비 -2.5%, 신차도 소폭(-0.1%) 감소가 있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몇 달 동안의 예상치보다 낮았던 인플레이션과 함께 보면 12월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보다 일관된 신호를 보여준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갈 길이 꽤 남았다고 보이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크게 ①충분하지 않은 하락속도 ②에너지 의존 ③주택 뺀 근원 서비스 물가 ④강한 고용 등입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인플레이션 피크는 지났지만 문제는 내려가는 길이 얼마나 가파르냐다”라며 “CPI가 둔화하고 있지만 충분히 빠르지는 않다”고 봤는데요.

12월 CPI 수치


에너지 부문 의존도 그렇습니다. 시모나 모쿠타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PI의 전체적인 흐름은 좋다”면서도 “우리는 다음 번에도 휘발유에서 이 정도의 가격하락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 다음 번 보고서가 이번처럼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 CNBC도 “12월의 물가하락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는 휘발유 가격하락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완전 경제활동 재개가 이뤄질 경우 3분기까지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구리 가격도 뛰고 있죠. 국제유가가 올해 다시 오르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맞습니다.

다음은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주택 관련 부문을 뺀 근원 서비스 물가인데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가지 물가 항목(근원 상품·주택 서비스·근원 서비스에서 주택을 뺀 서비스) 중에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죠. 물론 렌트비 같은 거주비용(shelter)이 12월에 0.8% 오르면서 10월(0.8%) 이후 11월(0.6%)에 낮아졌던 흐름이 반전됐지요. 계속 끈적끈적함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신규 렌트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연말께는 문제가 적어질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의견인데요.

그런데 통화정책에 중요한 근원 서비스에서 주택 관련 부분을 뺀 슈퍼 근원 물가가 아직 견고함이 이달에도 드러났습니다. 거주비용(shelter)은 크게 렌트와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이 임대료를 낸다고 생각했을 때를 가정한 귀속임대료(OER)로 구성되는데요. 12월 CPI에서 서비스 부문 가운데 렌트비만 뺀 수치(서비스-렌트)가 전월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11월(0.0%)보다 오른 건데요. 전년 대비로는 7.4%나 됩니다.

파월이 생각하는 부분(근원 서비스-주택 서비스 / PCE 기준)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렌트비 외에 비중이 큰 OER까지 제외해야 하는데요. OER까지 뺀 건 없는데, 블룸버그통신이 자체 계산해보니 12월에 0.3%라고 합니다. 증권사 제프리스에 따르면 슈퍼 근원서비스 물가는 11월에 0.1%, 12월에 0.3% 올랐다고 하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근원 서비스에서 주택을 뺀 수치를 보면 아직 (연준이) 할 일이 많다(far from done deal)”고 지적했습니다.

“2월 기준금리 0.25%p 인상 기정사실화”…“최종금리 전망치 지금은 5.00~5.25% 인플레가 관건”


마지막으로 고용도 강하죠. 이날 나온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0만5000건으로 전주(20만6000건)보다 되레 감소했습니다.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는데요.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69만7000건에서 163만4000건으로 줄었죠.

강한 고용과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착륙이라는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침체 확률도 떨어졌구요.

다만, 경제학자들이 걱정하는 건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빠르게 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고용이 둔화해야 만족스러운 물가안정을 이뤄낼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빵을 만드는 데 밀 가격 비중은 오직 5% 정도로 나머지는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이다. CPI의 약 3분의2는 노동비용”이라며 “고용시장은 여던히 뜨겁고 서비스 분야에서 수요가 지속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추가로 클리블랜드 연은의 보조 자료를 보면 인플레이션 항목 중 가운데 있는 것의 움직임을 보는 중앙값 CPI가 12월에 전년 대비 6.9%로 11월보다 0.1%p 떨어졌는데요. 변동성이 큰 항목의 위 8%, 아래 8%를 잘라내고 계산한 16% CPI는 6.5%로 11월(6.7%)보다 내려왔죠.

전월 대비로는 중앙값 CPI가 12월 0.4%이고, 16% CPI는 0.4%로 11월(0.2%)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오는데요.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평균적으로는 떨어졌지만 중앙값은 여전히 높다”고 우려했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전미경제학회(AEA) 2023’에서 밝혔듯 코로나19 이후 장기침체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고물가, 고부채 시대로 간다는 큰 그림도 봐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중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에 따른 군비증가와 신재생 에너지 투자, 고령화 대응 같은 정부 지출확대가 촉발하는 건데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은 지속합니다. 하지만 고무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0.25%p, 베이비 스텝으로 갈 수 있겠지요.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의 부회장은 “12월 CPI 보고서는 2월 0.25%p 기준금리 인상과 일치한다”고 했습니다.

지역 연은에서도 비슷한 말들이 나왔는데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이날 CPI가 나온 이후 “앞으로는 0.25%p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44분 현재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확률이 96.2%에 달하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12월 데이터는 연준이 2월 FOMC에서 인상폭을 낮춰 0.25%p로 가게 할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관심인 최종금리는 현 시점에서는 계속 연준의 예상인 5.00~5.25%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한데요. 0.25%p씩 세 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2월 CPI에서 희망적인 부분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예정대로 0.25%p씩 세번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추정이 합리적”이라며 “그 전에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긴 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하락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는데요.

이날 하커 총재도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5%보다 훨씬 더 올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통화정책을 무리할 필요는 없으며 미국인들도 인플레이션이 타깃(2%)으로 되돌아가는데 2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나는 우리가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쪽이었다. 얼마나 높이냐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빨리 5% 이상으로 가야한다고 했는데요. 그는 이날 12월 FOMC 점도표 중앙값이 5.1%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거기에 가능한 한 빨리 도달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그 뒤로는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못 박았는데요.

불러드 총재는 “12월 CPI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는 게 고무적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좋다. 2023년은 물가하락의 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로 쉽게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은데 그것은 인플레이션의 역사가 아니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명목금리가 더 높은 시대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 미국 경제 골디락스·연착륙 기대”…“침체 결합한 금리인하 증시에 부정적”


하지만 시장의 생각은 여전히 연준과 다릅니다. 3월 기준금리가 4.75~5.00%(80.2%)로 정점을 찍은 뒤 그 뒤로도 9월까지 4.75~5.00%가 단일 확률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11월이 되면 지금까지 그랬듯 4.50~4.75%(35.0%)가 1위를 차지합니다. 확실한 금리인하를 뜻하는 4.50~4.75% 이하 확률이 61.7%나 되는데요.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2월 0.25%p 금리인상에 이어 3월에 한 번 더 올린 뒤 5%(4.75~5.00%)에서 인상작업을 중단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3월에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16.7%이니 확실히 시장은 연준과 시각에 차이가 있는데요. 판테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안 셰퍼드슨은 “2월에 0.25%p를 올린 뒤 더 이상의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죠.

대체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금리전망의 경우 연착륙과 경기침체 가능성이 섞여 있는데, 12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로는 월가에서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죠. 이날도 CPI에서 소프트랜딩에 대한 희망을 봤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요. 융유 마 BMO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연준의 톤이 다음 회의에서 부드러워질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의 소프트랜딩 믿음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봤습니다.

랜디 프레데릭 찰스 슈왑의 매니징 디렉터는 “고용시장을 파괴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면 그것이 골디락스이며 소프트랜딩”이라며 “지난 주(고용보고서)와 오늘 본 자료(CPI)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는데요.

핵심은 결국 인플레이션과 노동 데이터입니다. 노동은 강한 채 인플레이션만 뚝뚝 떨어진다면 소프트랜딩도, 더 낮은 최종금리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물가가 한두 달 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빨리 하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 추이. WSJ 화면캡처


침체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요. 연준의 과잉긴축이 결국 노동시장을 무너뜨리고 침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98%는 침체가 올 것이라고 본다는데요. CEO 670명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한 콘퍼런스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나 피터슨은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일종의 경기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 CEO의 98%는 짧고 얕은 경기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증시 입장에서는 침체와 결합한 금리인하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크레디트 스위스가 1995년부터 2020년까지의 금리인하 시기 6번 가운데 2번은 첫 금리인하 이후 6개월 내에 S&P 지수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그 두 번의 사례가 2001년과 2007년인데 이때 미국은 침체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2001년 연준은 11번 금리를 내렸는데 S&P가 13% 빠졌다고 합니다.

12월 CPI가 생각보다 어정쩡하게 넘어갔는데요. 내일은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가 나옵니다. 주요 은행들의 실적발표도 시작되죠.

블랙록의 가르기 차우두리는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3.5%까지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투자자들은 더 오래 더 높은 금리가 포트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완화하는 금융상황도 연준 입장에서는 고민거리일 겁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5% 아래로 떨어지고 연초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연준 입장에서 좋은 것만은 아닌데요.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당분간은 신중히 접근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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