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9년 통치한 태국 총리, 총선 패배로 정계 은퇴 선언

입력
수정2023.07.11. 오후 10:28
기사원문
류재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지난달 20일 방콕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4년 쿠데타로 총리가 된 후 9년간 재임하다 이번 총선 패배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쁘라윳 짠오차(69) 태국 총리가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로이터통신과 타이PB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를 그만두고 소속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에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총리 자리에 있고 그 이후에는 정계를 떠나겠다는 의미다. 쁘라윳 총리는 “총리로서 9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국가의 안정과 평화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내외의 많은 장애물을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 참모총장이던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직에 올랐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약 5년 만인 2019년 3월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실시했고, 쁘라윳이 팔랑쁘라차랏당(PPRP) 후보로 직접 나서서 총리로 선출됐다. 선출된 배경에는 2017년 개정한 헌법이 있었다. 개정된 헌법은 총리는 상원의원 250명과 하원 의원 500명 등 750명 중 과반(376명)의 지지를 얻도록 규정하는데, 상원의원은 선거로 뽑는 게 아니라 아예 군부가 임명하도록 했다. 친군부 세력이 의원 과반수 376명 중 상원 250명을 제외한 126명(하원 의석의 25%)만 확보하면 이기는 선거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임기 논란으로 총리직을 잃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2014년부터 집권한 쁘라윳 총리의 임기가 헌법상 최장인 8년을 넘겼다며 야권이 문제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판결 전까지 총리 직무를 정지했다. 그러나 헌재가 2017년 새 헌법이 공포된 시점부터 8년 임기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쁘라윳 총리는 자리를 지켰다.

쁘라윳 총리는 올해 1월 PPRP를 떠나 RTSC에 입당하면서 다시 한번 총리직 연장에 도전했다. 헌재 판결에 따르면 그는 다시 총리로 선출돼도 2년 뒤인 2025년에 총리직을 내려놔야 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RTSC는 250석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도 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 후 RTSC 측은 “당을 떠나지 않고 수석전략가로 남아 계속 당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쁘라윳 총리는 이날 발표를 통해 총선 전 “선거에서 패하면 정치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 쉬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군주제 개혁과 징병제 폐지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건 진보정당인 전진당(MFP)이 151석을 얻어 제1당에 올랐다. 태국은 오는 13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총리를 선출한다. MFP의 피타 림짜른랏(43) 대표가 총리로 오를 전망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