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에너지 전환 정책 결함… 화석연료 지속적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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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28. 오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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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30년은 족히 걸릴것”
서방 주도 정책에 불만 드러내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회장이 지난 2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그린 이니셔티브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어 화석연료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은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원자력·태양광·수소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최고경영자(CEO) 아민 나세르는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현재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는 결함이 있으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현실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람코는 이날 탄소 포집·저장 기술과 수소·암모니아·합성 연료 등의 연구 개발을 위해 15억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세르 CEO는 “현재의 에너지 정책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대안이 준비될 때까지는 기존의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가운데)이 25일(현지 시각)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는 중국,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무함마드 알 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세계 에너지 전환 정책이 구체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3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겠지만,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전망은 매우 양호하며 향후 6년간 안정적일 것”이라면서 “우리는 화석연료는 물론 기후변화 대비를 위해서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 플러스의 석유 감산 결정 이후로 사우디와 미국 간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에도 OPEC 플러스가 결과적으로 러시아를 돕는 감산 결정을 내리자 전략비축유 물량을 풀고,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5일 FII에 참석한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을 겨냥해 “비상용 비축유를 목적과 다른 용도로 고갈시키고 있다”면서 “공급 부족 완화를 위한 비축유를 시장을 왜곡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우디가 더 어른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보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양국 갈등의 배경에는 서방 주도의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한 사우디의 불만이 깔려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가 상승 등 물가 폭등의 원인을 서방의 무리한 탄소 중립 정책 탓으로 돌렸다. 그는 당시 회담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비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실업률 증가와 사회 문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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