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미향 ‘의원직 상실’ 항소심 판결, 늦어도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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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어제 서울고법 형사1-3부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벌금 1500만원과 달리 금고 이상의 형량이라서 대법원 판결에서 이대로 확정되면 그는 의원직을 잃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겠다면서 모금한 돈을 사적으로 쓴 행위를 엄단한 사필귀정의 판결이기는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용수 할머니가 윤 의원에 대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이용만 해 먹었다”고 폭로한 것이 3년4개월 전 아닌가.

서울고법이 검찰 기소 이후 2년5개월간 재판을 끌다가 지난 2월에야 혐의 8개 중 1개를 제외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1심과 판단을 달리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윤 의원이 정의연 전신인 정대협의 후원금에서 횡령한 액수를 1심 1718만원의 5배 정도인 8000만원으로 봤다. 윤 의원이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을 관련 없는 용도로 사용한 혐의와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여성가족부 등에서 국고보조금 수천만원을 받아 쓴 혐의 등도 유죄로 인정했다.

그렇다고 ‘지체된 정의’가 세워졌다고 볼 일은 아니다. 이번 항소심 선고에도 윤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지키다가 임기 만료를 맞이할 공산이 크다.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전에 상고심 판결이 나 형이 확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어제 선고 직후 “대법원 상고를 통해 다퉈서 무죄를 입증하겠다”면서 의원직을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엊그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뒤 3년8개월 만에야 의원직을 잃은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런저런 비리를 저지르고서도 당당히 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허탈할 뿐이다.

윤 의원은 정대협 대표와 정의연 이사장 경력을 발판삼아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판결을 통해 그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기부금을 주머닛돈처럼 쓴 사실이 드러난 만큼 더 이상 국회의원으로 있을 자격이 없다. 얼마 전 조총련 주최의 일본 간토대지진 추모 행사에 참석해 “어느 나라 의원이냐”는 원성을 국민들한테 사고 있는 터다. 그가 국민 앞에서 조금이라도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스스로 의원직을 던지고 깨끗이 정치권을 떠나는 게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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