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쏘아 올린 ‘리니지라이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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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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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라이크에 멍드는 게임업계]①
리니지M 이후 리니지라이크 게임들 우후죽순 등장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리니지라이크’ 게임에 잠식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다. 지난 2017년 6월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모바일게임 ‘리니지M’은 당시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며 게임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리니지M을 벤치마킹하기 시작, 이제 ‘리니지라이크’는 하나의 장르와도 같은 위치가 됐다.

리니지라이크는 ‘리니지’와 ‘like’의 합성어로 ‘페이투윈’(Pay to win) 요소와 극한의 PvP(이용자간 대전), 변신 카드 등 리니지 시리즈의 특징과 시스템을 최대한 벤치마킹해 만든 게임들을 의미한다. 

리니지M에서 시작된 리니지라이크 게임들

게임 유저 및 전문가들이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경계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쉬운 리니지라이크 게임 특성상, 리니지라이크 게임 위주로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 장르의 다양성 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리니지라이크 장르의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한국이나 중국, 대만 등 일부 아시아권 국가에서만 인기가 높은 장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리니지라이크 게임 위주로 잠식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산업 경쟁력 저하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리니지라이크 장르는 어떻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게 됐을까.

그 시작은 지난 201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엔씨는 과거 ‘리니지’ 출시를 시작으로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PC 온라인 MMORPG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게임사다. 특히 리니지의 경우 전무후무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국내 온라인 RPG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리니지가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게임속 분쟁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쳐 ‘현피’(현실과 Player Kill의 합성어)라 불리는 폭력사건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하지만 게임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면서 PC 온라인게임이었던 리니지의 위상도 점차 낮아져 갔다. 넥슨과 넷마블은 엔씨보다 한발 앞서 모바일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넷마블의 경우, 온라인게임을 버리고 완전한 모바일게임 업체로 재탄생하게 된다. 넥슨 역시 지난 2014년부터 모바일게임을 꾸준히 출시하며, 모바일게임의 비중을 점차 높여왔다.

당시 엔씨는 경쟁사인 넥슨, 넷마블과 비교해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이 상당히 늦은 상황이었다. 특히 2016년 12월 선보인 리니지 IP 최초의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반짝 흥행에 그쳐 ‘리니지’라는 이름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히려 엔씨의 리니지2 IP를 활용해 만든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돼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엔씨는 2017년 6월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리니지M은 원작 ‘리니지’의 핵심 요소를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한 형태로 구현한 것이 특징인 게임이었다. 기존 원작 캐릭터 뿐만 아니라, 혈맹과 대규모 사냥, 공성전 등 리니지만의 특징을 모바일 아덴 월드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특히 사전 예약 550만명을 넘어서는 등 출시전부터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출시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리니지M은 출시 직후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게 된다. 리니지M은 출시 첫날부터 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출시 열흘만에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7년 7월 한달간 벌어들인 누적 매출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리니지M의 흥행 성공에 대해 리니지M이 유저들로 하여금 원작 리니지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엔씨는 리니지M을 원작과 유사하게 만들고자 출시 당시 다른 모바일게임 대비 낮은 그래픽 수준을 적용하기도 했다. 

다른 게임사와 비교해 모바일 대응이 늦었다고 평가받았던 엔씨는 리니지M 성공을 통해 단숨에 상황을 역전시켰다. 문제는 리니지M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을 기록하면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리니지M을 벤치마킹한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리니지M을 만들었던 엔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리니지2M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는 2019년 11월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을 출시했다. 리니지2M은 사전예약 7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출시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특히 당시로서는 모바일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고퀄리티 그래픽과 기술적 완성도로 다른 게임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출시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리니지2M을 직접 소개하며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니지2M은 과금에 있어서 원작과 달리 리니지M의 과금을 답습하는 형태를 보였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아이템 컬렉션’, 문양, 마법인형 등 리니지M에 등장했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 아울러 원작에 없던 ‘변신’은 ‘클래스 뽑기’라는 새로운 형태로 바꿔서 내놓았다. 일부 유저들은 리니지2M을 두고 ‘리니지M2’라고 부르기도 했다.

넥슨도 비슷한 시기에 페이투윈 시스템을 대거 적용한 모바일 MMORPG ‘V4’를 선보였으며, 이후 웹젠의 ‘R2M’, 위메이드의 ‘미르4’ 등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21년 도래한 리니지라이크 게임 전성기…유저 반발도 커져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2021년에 들어서도 여전히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리니지M은 2017년도 출시 게임임에도 불구, 매출 1위 자리를 쉽게 놓지 않았다. 게임 노후화가 PC 온라인게임과 비교해 빠르게 진행되는 모바일게임 특성상 4년 가까이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리니지M의 과금 모델이 수익 극대화에 최적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은 출시 후 줄곧 매출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이에 수많은 게임사들이 리니지M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며 “리니지M의 경우 MMORPG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분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리니지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보는 것이 타당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게임사들은 리니지M의 비즈니스모델(BM)이 유저들의 과금을 유도하는데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경쟁사 대비 모바일 시장 진출이 늦었던 엔씨가 모바일게임 BM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앞서나가게 된 것이다.

엔씨 역시 리니지M 관련 BM을 다른 IP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게임이 2021년 출시된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다. 문제는 원작과 다른 과도한 BM으로 인해 기존에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이 해당 게임들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때부터 엔씨의 과도한 과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은 계속 출시됐다.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선보인 ‘오딘:발할라 라이징’은 리니지라이크 게임임에도 불구, 리니지M을 넘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리니지와 달리, 북유럽 신화를 내세운 점이 유저들에게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엔씨는 2021년 11월 또 다른 리니지라이크 게임 ‘리니지W’를 선보였다. 리니지W는 원작 리니지의 정통성을 계승해 월드와이드(Worldwide)를 콘셉트로 개발한 엔씨의 글로벌 신작이었다. ‘글로벌 원빌드(Global One Build)’ 서비스, 풀 3D 기반의 쿼터뷰, 실시간 ‘AI(인공지능) 번역’ 기능 등이 특징인 게임이다.

엔씨는 리니지W 출시와 관련해 스토리와 연출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출시된 ‘리니지M’이나 ‘리니지2M’이 소위 ‘닥사’만을 강조했다면, 이번 게임은 스토리에 힘을 싣고 유저들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엔씨는 리니지W에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인 ‘아인하사드의 축복’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리니지의 핵심 BM인 ‘변신’과 ‘마법인형’ 시스템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유저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리니지W 이미지 [사진 엔씨소프트]

그러나 유저들의 비판에도 불구, 이른바 ‘리니지 시리즈’(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는 매출 측면에 있어 여전히 잘 나갔다. 특히 엔씨는 리니지W 흥행에 힘입어 2022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씨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조5718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49% 각각 증가했다. 게임 부문별로는 모바일게임이 엔씨의 실적을 견인했다. 각 게임별 매출은 리니지M 5165억원, 리니지2M 3915억원, 블레이드앤소울2 556억원, 리니지W 9708억원이다.

2023년에도 여전한 리니지라이크 게임들

이후에도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2022년 6월 위메이드가 ‘미르M’을 출시했으며, 2022년 8월에는 넥슨이 ‘히트2’를 선보였다. 특히 2023년에는 위메이드, 넥슨, 카카오게임즈 등이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였다. 2023년 3월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를 넥슨은 ‘프라시아 전기’를 출시했다. 

아키에이지 워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에서 만든 신작 MMORPG로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새롭게 선보이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키에이지 워는 원작 ‘아키에이지’에 비해 짙어진 전쟁과 전투 요소가 특징이다. 이용자는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필드전과 공성전, 드넓은 바다를 무대로 한 해상전 등 다채로운 전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는 ‘거점전의 대중화’를 목표로 넥슨이 선보인 게임이다. 프라시아 전기의 월드에는 상위 플레이어들의 전유물이었던 거점이 월드별로 21개나 존재한다. 넥슨 관계자는 “거점 소유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짐으로써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영지를 소유하고 발전시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4월에는 위메이드가 ‘나이트 크로우’를 출시했다. 나이트 크로우는 매드엔진에서 언리얼엔진5를 활용해 개발한 하이퀄리티 전쟁 게임이다. 이번 게임은 13세기 유럽을 재구성한 세계로, 왕가와 교황, 유명 기사단의 활약, 종교와 이교도가 뒤섞인 세상 뒤편에 존재하는 밤까마귀 길드 ‘나이트 크로우’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특히 ‘글라이더’를 활용한 활강 등 호쾌한 전투 액션으로 주목 받았다.

해당 게임들은 얼핏보면 리니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BM에 있어서는 철저히 리니지M 등을 벤치마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인 시스템 등도 리니지라이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해당 게임들이 리니지라이크 게임답게 출시 직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엔씨와 소송전에 휩싸이기도 했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리니지라이크 흥행이 장기적으로는 게임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소위 ‘돈 되는 게임’만 양산될 경우, 게임 장르의 다양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도 리니지라이크 게임만 만들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돈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참신한 게임을 만드는 도전을 하기보다는 이미 돈이 된다는 게 증명된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만드는 것이 게임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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