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평등해야 모두가 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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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1.11.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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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인 기자 TALK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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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페미니스트, 경찰을 만나다』펴낸
이성은 전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
시민·경찰·전문가 젠더 거버넌스 구축
『페미니스트, 경찰을 만나다』 기획자이자 저자인 이성은 전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이 지난달 24일 여성신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경찰이 성평등해야 모두가 안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신다인 기자


지난 5년간 경찰 내 성평등 물결을 불러일으킨 이들이 있다. 경찰청 캐릭터 '포순이'가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었고, 경찰은 '음란물' 대신 '성착취물'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헌법 상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권고를 받았던 경찰 성별구분모집이 성별통합모집으로 개선됐고, 올해 경찰대학 여성 신입생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모든 배경에는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이 있다.

2018년 3월 경찰청은 중앙부처 최초로 성평등정책 전담부서인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이하 담당관실)을 신설했다. 이 배경에는 '미투운동'(#Metoo, 나도 겪었다)와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재시동)' 등 성평등을 요구하는 폭발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경찰청은 여성학자 이성은 박사를 당시 담당관실의 부서장으로 임명하고, 내부 인사와 시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성평등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수립했다.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경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경찰-시민-전문가의 젠더 거버넌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간 정부부처에서 이뤄진 위원회는 대부분 형식적인 자문위원회의 성격을 갖췄다면, 경찰청 성평등 위원회는 달랐다. 참여한 모든 인사들이 성평등 구현 의지가 확실했다. 그렇게 이들은 '2018~2019 경찰청 성평등 기본계획'을 완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경찰청뿐 아니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을 통틀어 최초로 수립된 성평등 기본계획으로, 2024년 현재도 대부분의 세부 과제들이 마무리돼 성과를 내고 있을 만큼 정교하게 짜였다.

신간 『페미니스트, 경찰을 만나다』 ⓒ오월의봄


이 전 담당관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평등 추진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둔 이유는 위원회에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됐는지 안 됐는지 이행점검을 철저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경찰-시민-전문가의 젠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담당관으로서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시민으로 돌아온 이 전 담당관이 이 책을 기획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위원회는 굉장히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 협업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남겨 페미니스트 행정가들이 참고할 만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또 경찰이 성평등한 관점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5년간 성평등정책담당관으로 있으면서, 포순이가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보도자료에서 음란물 대신 성착취물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 어떤 변화가 제일 기억에 남는가.

"제일 먼저 힘쓴 것은 성별통합 모집 추진이었다. 당시 여성 경찰 11%(2018년 기준)로 너무 부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로서 직무 수행이 가능한 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여성 경찰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등권에 위배됐던 성별 분리 모집을 폐지하고 성별통합모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별통합모집을 한다고 해서 여성이 특혜를 본 건 아니다. 애초에 분리모집은 여성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고위 관리자들이 성별 비율을 임의로 결정하는 성별 분리모집은 평등권에 위배됐다. 모집인원의 10% 내외의 TO에 들어가기 위해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음에도 경찰 내에서 여성 경찰들은 2등 시민 취급 받기도 했다. 2005년에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의 평등권에 위배되는 경찰 성별분리모집을 성별통합모집으로 개선하라는 권고하기도 했다.

따라서 경찰 직무 특성을 고려해 여성과 남성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순환제 동일체력검정기준의 성별통합모집을 제안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성별통합모집을 실시했을 때 여성 경찰 채용 비율이 오히려 감소한 미국 워싱턴주나 캐나다의 사례까지 제시하며 고위 관리자들을 설득했다."

경찰 직무 특성을 고려한 경찰청 순환제 체력검정 ⓒ경찰청


-경찰이 성평등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 왜 중요하고, 실제 경찰이 성평등하게 변하며 치안이 더욱 좋아진 결과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경찰은 여러 정부 부처들 가운데서도 특히 시민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그런 경찰에 성평등 관점이 부재한다면, 다양한 시민들이 일상의 여러 측면에서 차별을 겪게 될 것이며, 범죄 등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도 동등하게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경찰은 범죄 피의자 검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담당관으로 있던 2020년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가 만들어졌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이례적으로 피의자 검거와 피해자 보호 지원체계를 수평적인 조직으로 만들었다. 이 본부에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은 피해자 지원체계의 일원으로 함께했다.

당시 주요한 성과 중 하나는 특별수사본부의 언론 브리핑 및 보도자료 등의 성차별적 용어 등을 바로 잡는 일이었다. 음란물을 성착취물로, 몰카를 불법촬영으로, 소아성애를 소아성폭력 등으로 고쳤다. 이러한 과정도 성평등위원회, 여성단체 등과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가능했던 일이었다."

21년 만에 달라진 포순이의 모습(오른쪽 두 장). ⓒ경찰청


-2018년 경찰청은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로 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했다. 사실 정부 부처에서 이런 시민사회 활동가, 전문가들을 기용한 위원회는 몇 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경찰-전문가-시민'의 젠더 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2018년 혜화역에서 몇 십만명의 여성들이 모여 '불편한 용기' 시위를 통해 경찰의 성평등 감수성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 제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경찰들은 잘 몰랐다. 정확히 어떤 것들을 요구하는지도 잘 몰랐다. 이때 시민 단체가 시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전문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 경찰은 그들의 조직의 특성에 기반해 정책을 실행했다. 한 마디로 경찰, 시민, 전문가의 협의 과정이었다.

기본계획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행 가능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꾸준히 이행 사항을 점검했다. 위원회는 분기별로 진행되는 정기 회의뿐 아니라 연간 8~9 차례 분과회의도 진행했다. 이와 같이 경찰, 페미니스트 행정가, 페미니스트 전문가, 시민이 협업하고 동시에 꾸준한 정책 이행점검, 모니터링이 가능할 때 정책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경찰이 어떤 성평등 정책을 추진했는지를 꼭 알아야 하는 모든 경찰들이 읽기를 희망하며, 특히 경찰준비생, 그리고 경감 이상의 경찰 관리자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또한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등에서 시민들과 거버넌스를 수행해야 하는 공무원들, 그리고 공무원들과 소통이 필요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는 젠더 거버넌스의 구체적인 과정과 전략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 계획인가.

"현재 1인 연구소 '평등정책네트워크'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제폭력. 스토킹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젠더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을 성평등 정책의 관점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경찰을 만나다』

이 책은 경찰 조직을 성평등하게 변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모인 페미니스트 행정가 및 전문가 9인(이성은, 이경환, 주재선, 김창연, 이해리, 정혜심, 이임혜경, 이은아, 추지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2018년 3월 30일 경찰청은 미투운동의 흐름과 문제의식을 기민하게 인지하며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페미니스트, 경찰을 만나다』의 저자이자 기획자인 여성학자 이성은은 당시 성평등정책담당관실 부서장을 맡았다. 이성은 담당관을 비롯해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9명의 저자들이 경찰 구성원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성평등 정책을 수립했고, 치열한 젠더 거버넌스를 통한 실질적 변화를 일궈냈다.

저자들은 이 책은 당시 협업에 대한 생생한 기록으로, 경찰이 성평등 관점을 잃지 않도록 시민들이 계속해서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책이 비단 경찰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경찰과 자주 접촉하는 시민은 물론,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성평등, 인권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공무원·연구자·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지침을 상세히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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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과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선의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보와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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