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or 오펜하이머?"…핵군축 담당 美차관의 선택은[워싱턴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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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7.31. 오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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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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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벤하이머' 유행 속 두 영화 모두 흥행가도…美정치권도 관심
페미니즘 색채 짙은 '바비' 둘러싼 美 보수·진보 논쟁도 가열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미국에서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바벤하이머'라는 밈이 유행하고 있다. 트위터 밈 캡처.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주말에 '바비'나 '오펜하이머'를 봤나요?"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브리핑 당시 한 여성 기자는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에게 이같이 질문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웃으며 "그 질문을 받을 줄 알았다"며 "저는 안 봤다. 하지만 (영화 흥행이) 아주 잘 됐다고 들었다"고 답변했다.

'바비월드'에서 현실 세계로 뛰어든 바비와 나치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가진 핵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가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북미에서 동시에 개봉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두 영화의 제목을 합쳐 '바벤하이머'라는 밈이 유행할 정도로, 전혀 색채가 다른 두 영화의 조합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미 언론들에 따르면 바비는 개봉 첫 주말에 1억6200만달러(약 2070억원)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를 장악했고, '오펜하이머'도 같은 기간 8250만달러(약 106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둘째 주말(28~30일)에도 바비와 오펜하이머는 각각 9300만달러(약 1190억원)와 4660만달러(약 6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바벤하이머'의 흥행은 미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거대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카드 보유자들은 지난 16~22일 한주 동안 휘발유 이외 분야의 소비를 전년 동기 대비 1.9% 늘린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지출이 13.2% 급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의류 가게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지출은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개봉이 일부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24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브래디 룸에서 브리핑 중 “최근 개봉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봤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답변을 하고 있는 모습. 2023.7.2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바벤하이머'의 흥행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영화 관람 여부에 대한 질문이 오갈 정도로 미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백악관 브리핑에서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던 장-피에르 대변인은 해당 기자에게 '두 영화를 연속으로 봤느냐'고 물었고, 해당 여성 기자는 "저는 바비에 더 가까워서 그냥 바비만 봤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두 영화 중 어느 것을 보겠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영화를 자주보러 가는 편은 아니지만 '오펜하이머'를 보러 갈 것 같다고 답했다.

핵확산 감축 업무를 담당하는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은 '오펜하이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바비'를 보는 것에 관심이 있지만 '오펜하이머'도 빨리 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퇴임한 콜린 칼 전 국방부 정책차관은 딸이 보고 싶어한다며 '오펜하이머' 대신 '바비'를 선택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 의원들도 같은 질문에 각각 선호에 따른 답변을 내놨다.

NBC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와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등은 '오펜하이머'를 선택했다.

여성인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민주·뉴욕), 태미 더크워스(민주·일리노이), 신시아 루미스(공화·와이오밍) 상원의원 등은 '바비'를 꼽았다. 밋 롬니(공화·유타) 상원의원은 '오펜하이머'를 본 뒤 '바비'를 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트위터 등 SNS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영화 '바비'를 홍보하는 듯한 합성사진을 링크하고 있다. 사진은 트위터 캡처.


그러나 다소 페미니즘 색채가 짙은 '바비'는 진보·보수 진영간 논쟁도 촉발하고 있다.

'바비' 개봉 전 중국의 잘못된 영유권 주장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해 온 일부 공화당 의원 등 보수진영은 바비가 '남성 혐오'를 부추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2.0'으로 불리는 조시 홀리(공화·미주리) 상원의원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성은 유해하지 않다. 성별 갈등을 심화해서 분열을 조장하는 좌파의 술수"라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저는 바비가 '가부장제(patriarchy)'를 말할 때마다 데킬라를 마셨는데 방금 깨어났다"며 "만약 여러분이 바비가 '가부장제' 단어를 말할 때마다 한잔씩 마시면 영화가 끝나기 전에 기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 등은 '바비' 개봉 전 영화의 장면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9단선'이 그려진 지도가 포함된 것을 두고 "중국 공산당의 선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위터 등 SNS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분홍색 정장 차림을 한 채 마치 '바비' 영화를 홍보하는 듯한 합성사진이 유포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합성사진을 링크하면서 "바이든과 오바마가 공화당을 도발하고 있다. 정말 좋다"라고 호감을 표하고 있다. 해당 합성사진은 이날 현재 530만명 이상이 보는 등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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