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손정의 10월 담판…100조 ARM 빅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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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9.22. 오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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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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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성전자가 세계적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 달 ARM을 소유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만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산업부 김민수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그룹 총수가 M&A 가능성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대형 M&A의 경우 협상과정은 물론 거래 상대방과의 접촉 여부 자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입니다. 하지만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다음 달 방한하는 손정의 회장이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ARM 인수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건데, 이례적인 일이라 해석이 분분합니다. 일단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이 만날 만큼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총수 간에 담판을 지을 사안만 남기고, 실무진 선에서 어느 정도 물밑작업이 마무리됐다는 거죠.



두번째로 삼성전자의 인수 의지를 경쟁자는 물론 시장에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자칫 인수가격만 높일 수 있는 건데, 이런 자신감 역시 M&A 작업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앵커> 삼성전자의 ARM 인수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오지 않았습니까? ARM 인수가 삼성에게 어떤 의미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ARM은 현실적으로 삼성전자의 약점을 한 방에 채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M&A 후보입니다. 반도체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 설계 자산(IP)을 제공하는 회사기 때문이죠.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ARM의 강점인 설계 부문에서 취약합니다. 현재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대부분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들이 주문하는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파운드리'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ARM은 반도체 핵심 부품의 설계도를 그리는 회사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두뇌가 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기본 설계도 대부분을 ARM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대부분이 ARM 기본 설계도를 사용하고 로열티를 내고 있습니다. 사실상 반도체 산업의 공공재인 셈이죠. 모두가 ARM을 탐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다음 달 방한하는 손정의 회장이 어떤 제안을 할 지가 관심입니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 ARM의 가치는 70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비싸지만 삼성전자가 보유한 125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모두 고려하면 ARM을 단독으로 인수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한 회사에 이런 막대한 돈을 투입할 수 있느냐에 물음표가 찍히지만, 반도체 산업에서 ARM이 가지는 위상을 감안하면 충분히 베팅할만 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무산된 전례를 볼 때 독과점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단독 인수를 사실상 어렵습니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누군가 독식하도록 놔둘 수 없는 회사라는 겁니다.



그래서 손정의 회장이 삼성전자에 ARM 공동 인수를 제안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삼성전자 주도해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해달라는 것이죠.



물론 이 경우 공동인수를 노리는 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발목을 잡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ARM의 기본 설계를 쓰는데, 설계 단계에서부터 경쟁사의 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경쟁사들이 함께 공동인수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삼성과 애플이 손을 잡을 수는 없다는 거죠.



그래서 컨소시엄 구성이 사실상 반도체 혈맹의 성격을 띌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의 파트너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미국 인텔입니다.



지난 5월 펫 겔싱어 인텔 CEO가 방한해 이 부회장을 만났을 때 ARM 인수를 위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RM에 밀려 모바일 분야에서 부진한 인텔인만큼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이재용과 손정의 두 총수의 만남인 만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인수 제안이라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일부에서는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실패했던 2019년보다 지금이 전 세계 독점당국을 통과하기 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손 회장이 이 부분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미래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기술 독점에 대한 우려도 더 커졌습니다.



반도체 기술의 해외유출을 우려한 영국 역시 ARM을 매각하기보다 영국 런던증시에 상장하길 원하고 있는데요. 손정의 회장 역시 ARM 매각 실패 이후 뉴욕증시 또는 런던증시 상장을 검토해 왔습니다.



때문에 손정의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이 매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일부 지분 인수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ARM 상장 전에 지분 분산과 자금 수혈 등의 목적으로 프리 IPO에 나설 경우, 이때 삼성전자가 참여해주길 바란다는 것이죠.



현재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운용 손실로 17조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 중이라,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매각 또는 IPO 이전에 서둘러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래서 삼성전자에 ARM 지분 일부를 먼저 팔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향후 ARM의 IPO가 추진된다면 각 반도체 기업들은 지분 확보를 위해 경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가 프리 IPO 단계에서 일부 지분을 확보할 경우, 향후 전개되는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모든 가능성은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사이입니다. 사업적으로도 비슷한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재용 부회장이 손정의 회장의 제안을 직접 언급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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