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 있어야 노동도 존재” 83만 영세업자 위협하는 ‘재해법’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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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24일 국회를 찾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추가 유예 법안의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사흘 앞둔 24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국회를 찾아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27일부터 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찾아가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2022년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 데 이어 오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확대 시행되면 소규모 기업은 물론 음식점·빵집·카페 등을 포함한 영세 사업장 83만여 곳이 이 법을 적용받는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가 준비 부족 상태라고 응답한다. 이 법은 사업장마다 안전 관리자를 별도로 두도록 의무화했는데, 두 곳 중 한 곳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업자들이 사람을 따로 채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2년 재유예’ 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영세 사업장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을 돕는 예산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경제 6단체는 “이번에 연장하면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내놨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 예방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법을 예정대로 시행하라는 양대 노총과 노동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도입 때부터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 위주여서 논란이 많았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간 시행한 결과, 산재 예방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선진국들은 기업인 개인 처벌보다 기업 벌금형으로 대응한다. 영국의 ‘기업 과실 치사법’은 산재 사고를 낸 기업에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해 기업의 사고 예방 노력을 유도한다. 여야는 조속히 유예 법안을 처리해 영세 사업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추후 문제점 많은 법안의 근본적 개선책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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