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저씨' 없어도 완충? 금융개혁당 우선 시동 건다는데… [취재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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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3. 오전 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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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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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혁 작가. (전 금양 홍보이사)]

'국내 1400만 주식투자자 권리보호'를 앞세운 금융개혁당(가칭)이 신당 창당을 재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며 국내 이차전지 투자 열풍을 주도한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추진하려다 불발된 그 당입니다.

박 전 이사의 팬카페인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는 내일(13일) 오전 서울 용산 모처에서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원수 6만여명 규모의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도 화력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등록 절차가 완료되면, 이르면 다음 주 중순 부터 당원 모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장은 아직 공석입니다. 앞서 박 전 이사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과 손잡고 금융개혁당을 발족해 오는 4월 22대 총선에서 국회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당국 수사망이 두 사람을 조여오자 박 전 이사는 지난주 돌연 창당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신당 창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게 철회의 변입니다. 금융당국은 박 전 이사가 선대인 소장에게 미공개 정보를 전달해 부당이득을 얻게 한 것으로 의심하며 두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박지모는 자신 있습니다. 다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창당 주축인 신미숙(박지모 팬카페 회장)씨는 "우선 창당 이후 박순혁 전 이사를 단독 총재로 영입하겠다. 박 전 이사님도 거절하지 않으실 것으로 희망한다"면서 "창당은 시대적 소명이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先) 창당, 후(後) '배터리 아저씨' 영입 전략입니다. 신당은 국회에 입성해 금융선진화를 목표로 공매도 제도 개혁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비례의원을 5명 이상 국회에 진출시킨다는 목표도 그대로 가져갑니다. 비례 1번은 국민 공모로 선정하지만 2번은 박순혁 전 이사, 3번 신미숙 대표, 4번 정의정 한투연 대표 등 나머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위 '네임드' 인사로 배치했습니다.

박지모의 '창대한 계획'에 대한 배터리 아저씨 의중은 어떨까. 박 전 이사는 "(기자의 질문으로)창당 재추진 소식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아직 공식적으로 당대표 제안이 온 것도 아니라 (당 대표 수락을)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원론적 답변이지만 "창당은 없다"며 단호히 물러났던 1주일 전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입니다.

배터리 아저씨가 끝내 신당에 합류할지, 금융개혁당에 얼마나 많은 당원이 몰릴지, 실제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고 국회에 입성까지 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 금융개혁당의 여정에는 아직 느낌표 보다 물음표가 많이 달립니다. 그럼에도 이번 신당 창당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 건 국내 주식투자자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정치 주체로 몸집을 키웠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수동적으로 표를 주던 '유권자'에서 벗어나 이제 직접 국회로 가서 표를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기울어진 증시 운동장 바로잡기'에 공감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자신감이 '뒷배'입니다. 말그대로 경제가 곧 정치라는 점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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