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 빠진 한국사회, 수행으로 치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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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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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정사 주지이자 유튜버이기도 한 법상 스님이 신도들 앞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경북 상주 대원정사 주지인 법상 스님(47)은 '우리 시대의 가장 친절한 법사(法師)'로 통한다. 스님은 1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 '목탁소리'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스님은 최근 마음을 다스리는 비결을 담은 '수심결과 마음공부'(불광출판사)를 출간했다. "유튜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를 운영하면서 책 출간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저 역시 오랫동안 불교를 공부해왔지만 오염되고 덧칠된 불교가 불교의 전부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문득 돌이켜보니 걷어내고, 타파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어요. 불교와 선의 본질로 들어가는 책을 써보고 싶었고, 가장 좋은 텍스트가 바로 지눌 스님의 '수심결'이었습니다."

고려시대 큰스님이었던 지눌스님의 '수심결(修心訣)'은 수행자들이 마음을 닦는 비결을 간결하게 밝혀놓은 글이다. "지눌스님은 스님들만이 아닌 누구라도 공부를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적인 방법론을 설(說)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은 빈 마음으로 이 책을 읽다가 난생처음으로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 1월 경북 상주에 개원한 대원정사는 특별한 사찰이다. 대원정사는 오로지 법문만 하는 도량이다.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찾아와 쉬며 법문을 들을 수 있다. 기존 사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49재, 천도재, 음력재일법회, 사시불공, 동지 백중 등 절기법회를 열지 않는 도량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평생 길 위에서 중생들에게 괴로움의 소멸, 즉 사성제(四聖諦)를 설하셨습니다. 초기 선불교의 큰스님들도 설법을 통해 제자들을 깨어나게 하셨습니다. 선불교의 황금기라 불리는 당송시대 스님들도 좌선하다가 깨달은 것이 아니라 법문을 듣다가 깨달았습니다. 대원정사는 법문을 통해 괴로움의 소멸을 경험하게 합니다."



스님이 대중과 소통하는 불교를 꿈꾸게 된 계기는 군종 스님으로 오랫동안 소임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군에서 불교와 전혀 상관없는 친구들과 소통하다 보니 제가 가지고 있던 종교의 벽이 허물어졌어요. 청년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지 등을 아는 기회가 됐습니다. 또 그곳에서 신부님이나 목사님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마음을 열고 타 종교를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님의 법회나 유튜브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종교의 벽을 넘나든다. 노자 도덕경을 가지고 법회를 하면서 기독교 영성가들인 바이런 케이티나 다석 류영모 선생의 해설을 함께 읽는다.

스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흔히 '내전'이라고까지 표현되는 한국 사회의 갈등이다. 스님은 정파와 계층, 나이와 지역에 따라 나뉘어 서로를 혐오하는 한국병의 치유책을 불교 수행에서 찾는다. "지금 한국 사회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내 생각', '우리의 생각'은 옳고 '저쪽'의 생각은 틀렸다며 집착하고 다투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무아(無我)를 설합니다. 나와 세상, 내 것과 네 것, 내 생각과 네 생각은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네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진다'는 연기적 연결성 속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네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는 공생 불이(不二)의 관계를 깨달아야 해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자비심만이 이 혐오를 깰 수 있습니다."

스님은 첨단 기술문명시대의 종교는 이전의 종교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성 종교는 사라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종교의 본질인 진리 그 자체는 오히려 중요해질 것입니다. 열린 진리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요? 성직자에게 진리의 우선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종교의 비교우열도 없는, '종교'라는 이름도 필요 없는, 진정한 있는 그대로의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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