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실 민간 건설 프로젝트 처리 두고 고민 깊어진 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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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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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유기업에 민간 건설 프로젝트의 인수를 암묵적으로 지시하고 있지만, 국유기업마저도 부실화 우려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정 부담으로 인해 지방 정부가 떠안을 수도 없어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현지시각) 1년 전 중국의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위기를 맞이하자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들에게 민간 건설 프로젝트와 자산 인수를 장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같은 요구는 사실상 무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매출 순위 기준 상위 28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중 국유기업에 건설 프로젝트를 매각한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의 주택들./EPA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을 잡겠다며 단속에 나섰고, 이에 2020년 매출이 1100억달러(약 143조3190억원)에 달했던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당시 280개 도시에서 13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헝다의 위기는 시장의 대혼란을 가져왔다. 이 여파로 다른 민간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공사도 중단 또는 지연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락했고, ‘제로 코로나’ 정책과 겹쳐 결국 시장 전체의 침체를 가져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국유기업들의 역할을 기대했다. WSJ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국유기업과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간 거래를 정부 정책의 공식 계획으로 삼은 적은 없지만 반복적으로 해당 아이디어를 암시했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각 지방 정부가 중단된 건설 프로젝트를 떠안기엔 재정 부담이 막대한 만큼, 국유기업의 개입을 장려해 시장의 힘에 의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펴겠다는 의도다.

이에 국유기업들도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민간 개발업체의 수백개 프로젝트를 분석했지만, 기준에 맞는 프로젝트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WSJ에 말했다. 국유기업들은 경쟁도가 낮아 가격이 저렴한 토지를 지방정부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데다, 국유기업들도 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어 자산 인수 등에 보수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작년 중국 신규 주택 판매는 28% 줄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켈리 첸 선임 애널리스트는 “현금 흐름 관점에서 보면 업계 전반에 걸친 압박이었다”며 “주요 사업이 축소될 때 모든 기업은 인수합병 기회에 대해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프리스의 천수진 중국 금융 및 부동산 자산 리서치 담당은 “매물로 나온 건설 프로젝트 대부분 복잡한 부채 의무가 있거나 향후 수익 전망이 좋지 않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민간 프로젝트 인수 확대를 위해 마련한 채권 프로그램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중국 정부는 대형 개발업체들이 인수합병 목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위기에 놓인 민간 개발업체들의 프로젝트 인수에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5개의 국유기업 또는 국가 지원 개발업체만 해당 채권을 발행했고, 총 10억달러(약 1조3018억원) 중 절반 미만이 민간 개발업체들의 프로젝트 인수에 사용됐다. 나머지는 은행 대출금 상환, 새 프로젝트 건설 등에 사용됐다.

다만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직접적으로 시장 역할 확대를 지시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노무라 중국 부동산 수석 애널리스트인 동지저우는 “중국 국유기업의 직속 감독기관인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SASAC)가 국유기업에게 민간 프로젝트 인수를 요구하지 않는 한 접근 방식을 바꾸려는 국유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가 자본의 잠재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어 SASAC도 국유기업에 강요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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