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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읽어주기, 너무 어려워요(제3탄)_다음 중 가장 쉬워 보이는 것을 고르라고요? 1.독심술 2.공감 3.경청

2024.01.19. 오후 6:03

자,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객관식 문제를 하나 내도록 하겠습니다. 삼지선다형이니 부담 갖지 말고, 본인에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 골라주세요.

※ 다음 단어의 뜻을 잘 읽고, 제일 쉬워 보이는 것을 찾아 번호를 쓰시오. ( )

1. 독심술((讀心術)=마음 읽어주기)

: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얼굴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

2. 공감(共感)

: 상대방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3. 경청(傾聽)

: 귀 기울여 들음

고르셨나요?

혹시, 몇 번을 고르셨나요? 위의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가장 쉬워 보이나요? 모두 다 어렵게 느껴지신다고요?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들이긴 한데,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나름 실천을 해 봤는데, 잘 안돼서 시행착오만 겪다가 단념한 채로 지내서 그러 실 수도 있고요.

우선, 각 단어의 뜻을 살펴보며 부모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일종의 실패백서를 써보려고요. 그런 다음, 위의 세 가지 활동 중 그나마 심리적으로 장벽이 낮은 한 가지를 선택해서 내 아이에게 시도해 보겠다는 의지를 다져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을 쓰는 목표랍니다.

모두 한자어죠. 공감, 경청이 모두 한자어라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마음 읽어주기’도 한자어로 바꾸었더니 ‘독심’이 되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단어는 독심이 아니라, ‘독심술’이기에 선택지에는 그렇게 적었는데, 마음 읽어주기는 곧, 독심술이었어요.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이하, 독심술)’은 너무 대단해 보여서 엄두가 나질 않아요. 게다가 ‘어린 아이의 의견, 주장에 대해 부모인 나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하, 공감)’은 또 어떤가요? 바쁜 하루 중에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이하, 경청) 것은 또 어떻고요.

마음 읽기, 공감, 듣기 (출처: Unsplash)

말이야 쉽지요, “마음 읽어주세요”, “공감해 주세요”, “경청해 주세요”

그렇지만, 일상생활 장면에서 실천하기가 어디 그리 쉽나요. 자녀인 아이, 부모인 나는 똑같은 입장에 처할 수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같은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바나 느끼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무릇, 사람은 저마다 성격이나 행동 방식, 가치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이를 마주할 때 우리는 늘, 이 지점부터 인정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너와 나. 우리는 서로 다르다.

아이 마음 읽어주기를 실천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미 단어 뜻 안에 들어있었어요. 독심술(讀心術). 흡사, 어느 판타지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캐릭터의 능력 같아요. 가만히 있는데도 상대방의 혼잣말이나 마음속에서 하는 말들이 마구마구 귓가에 들리는 그런 능력 말이에요. 초.능.력.

이미 첫 번째 게시글에서 (제1탄) 아이 마음 읽어주기가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 이미 살펴보았는데요.

( 링크: https://buly.kr/7QJFwJQ )

축약하면, 습득, 학습, 훈련이 되지 않아서 그러하다 말씀드렸지요. 게다가, 마음 읽어주겠다고 호기롭게 시도했다가 아이가, “아냐, 아니라구!”, “엄마, 미워! 싫어!”라고 하거나 급기야 울어버려요. 이러면, 부모인 내 마음도 점차로 불편해지죠. 이 때문에, 대화 상대인 아이의 마음이 읽히기보다는 내 마음속의 불편감이 우선적으로 느껴져요. 부모도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독심술은 어려운 겁니다. 네 마음보다 내 마음을 읽는 게 더 빠르거든요. 그러니 아이 마음 못 읽어주는 부모라고 자책 말아요, 그대.

대체, 마음을 읽는다에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권용선의 『읽는다는 것』에는 그 의미가 잘 설명되어 있어요. ‘읽는다는 것’이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 조금 다르며 제법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대요.

‘무엇인가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게 될 때도 우리는 ‘읽는다’라고 해. 그림을 읽는다, 영화를 읽는다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읽는다는 것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들여다보는 것, 그 안에 담긴 의미라든가 의도까지도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고요. 책읽기뿐만 아니라, 마음 읽기에도 적용이 가능하겠죠.

아이 마음 읽어주기란,

아이의 몸가짐, 얼굴 표정, 말, 행동 등에 담긴

아이의 뜻(생각, 느낌, 감정, 의도)

까지를

이해하는 것


그렇다면, 공감은 어떨까요?

‘아이를 공감해 준다’는 것은, 아이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엄마(또는 아빠)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인데요. 이 지점이 앞선 ‘마음 읽어주기’와는 다소 뉘앙스가 다른 부분이에요. 독심술에는 ‘함께 느끼다’ 까지는 포함되지 않았으니까요.

공감에는,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어도 아이가 경험했을 법한 비슷한 느낌과 기분 상태를 짐작해 보는 단계가 필요해요.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죠. 그리고 상상력도 필요해요. 자녀와 부모가 똑같은 입장에 처할 수는 없고, 그렇게 된다 해도 생각하는 바나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죠.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가서 속상한 아이에게는, “속상했겠다”(엄마들이 가장 즐겨 쓰는 표현)고 말해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서운하겠다”, “외롭겠어”, “슬프겠다”라고도 말해줄 수 있어요. 비록, 엄마가 똑같은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은 없겠지만요. 살아오면서 ‘서운함’, ‘외로움’,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은 있을 테니까요.

“엄마가 너랑 똑같은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슬픔(감정)은 경험해 본 적이 있거든.”

그렇게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고, 어떤 느낌, 어떤 감정일지 짐작 또는 상상할 수는 있는 거죠. 그러고 나서 아이에게 그러한 감정 상태가 ‘서운함’, ‘외로움’, 또는 ‘슬픔’이라고 이름을 붙여 줄 수 있는 것이고요. 더 나아가서는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공감의 디테일입니다. 이때, 우리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라고 말합니다.

함께(共) 느끼는(感) 것, 공감

사람들이 각기 처한 상황이나 살아온 삶의 방식과 경험은 다릅니다. 그렇더라도 ‘감정’이라는 것은-이를테면, ‘외롭다’와 같은-느낌은 떠올려 볼 수 있어요. 인류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고요. 공감의 밑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깔려있어요.

‘네가 경험한 그 상황을 내가 똑같이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나의 지난 경험을 돌이켜 보니, 지금 너의 느낌, 감정 상태, 생각 등이 짐작(상상)이 된다.’

이러한 능력이 공감 능력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청’을 살펴볼까요?

경청은, 앞선 두 가지-독심술, 공감-보다는 단어의 뜻이 훨씬 짧고 간략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