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은 시간문제”라더니… 또다시 ‘쏠림’과 ‘맹신’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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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환율 1500원은 시간문제입니다.”

지난해 가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원화 환율 급등)하던 시기였다.

원화 가치는 지난해 2월 하순 달러당 1192원에서 10월 14일 1442.5원까지 무려 21% 급락했다.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세 차례나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 결과였다.

가을경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하자 소위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환율 1500’을 기정사실화했다. 언론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유튜브를 검색하면 ‘연말 1500원 간다’ ‘연말 환율 1500원 뚫는다’ ‘환율 1500원도 가능’ 등 제목을 단 동영상들이 즐비하다. 제2의 외환위기도 거론됐다.

하지만 원화값은 그때가 최저점 바닥(환율 최고점)이었다. 10월 중순 이후 줄곧 오름세를 보이며 올 1월 26일 달러당 123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원화 가치 절상률이 무려 14.1%로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높다.

사실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달러 가치 약세 전환 신호는 나오고 있었다. 연준이 기세 좋게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시장금리는 되레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10월 24일 4.232%가 최고점이었고 지금은 3.48%까지 내려왔다. 시장은 경기 침체를 예견하면서 연준 긴축 정책도 이제 막바지라고 시사하고 있었다.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달러화 가치는 하락한다. 이 상황만 체크했어도 다들 외쳤던 ‘환율 1500’이 얼마나 무책임한 전망인지 알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또 어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증시가 고공행진을 펼치자 뒤늦게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뛰어들었다. 그들의 주요 타깃은 삼성전자였다. 그해 말 국내 최대 시가총액의 주식이 그렇게 가파르게 치솟았지만 ‘동학개미’들은 경계감조차 없었다.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를 사지 않으면 큰일 나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듬해 1월 초 9만원을 넘어서자 ‘대망의 십만전자’를 외쳤지만 정확히 그때가 꼭지였다. 2년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가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주식을 사들였다. ‘쏠림’ 혹은 ‘맹신’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동향만 체크했어도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해 11월 27일 56.54%가 피크였다. 이후 줄곧 팔아치우며 최근 40%대로 떨어졌다.

최근 1~2년 금리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도 ‘벼락거지론’까지 들먹이며 온갖 대출을 다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들였다. ‘영끌’로 축약되는 부동산 광풍도 투자 시장의 전형적인 쏠림 현상이었다.

투자 시장이 다시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 움직임이 가벼운 주식과 가상자산이 먼저 움직였고 부동산도 가파르던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다. 단순 반등일지, 새로운 상승장이 펼쳐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은 열심히 팔고 있지만, 이 분위기가 조금 더 지속되면 개인 투자자들도 다시 달려들 것이다.

불과 2년이다. 투자 시장에서 흥분하며 휩쓸려 다녔다가는 얼마나 처참한 결과가 뒤따르는지 여러 차례 경험했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도록 정신 무장부터 해야 한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4호 (2023.02.01~2023.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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