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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동산 PF 위기는 반복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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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오전 11:06

지난달 17일에 한국신용평가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하반기에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이 추가될 수 있다고. 이미 상반기에 태영건설(A-/안정적)과 한신공영(BBB/안정적)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죠. 그 후보군엔 시공능력평가순위로 8위인 롯데건설(A+/부정적)이 꼽히고 있고요. 롯데건설은 이미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때 부도 위기라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었습니다.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은 PF 시장엔 치명타입니다.

또 한 장면. 최근 한 경제지는 상반기에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가 248곳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150곳)와 비교하면 65%가 늘었는데요. 와우. 시공사가 망하면 당연히 밑에 딸린 전문건설업체도 망하겠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으로 불똥이 튄다는 겁니다. 이미 지난달 초에 이 문제로 새마을금고가 뱅크런 위기를 맞기도 했고요.

<관련기사 ☞건설사 줄도산 공포…248곳 문닫자 1564곳 와르르>

당연하겠지만 PF가 원인입니다. 당장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수 있죠. 금융당국이 대주단 협의체란 걸 꾸려서 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당장 망가지지 않도록 시간을 버는 정도지만.

터지냐 안 터지냐도 중요합니다. 다만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은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이미 10여년 전에 겪은 저축은행 사태로 많은 걸 배웠는데, 왜 같은 위기가 반복하는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요? 한 번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아파트 개발사업 , 진짜 주인은 시행사 아니고 시공사다?

먼저 질문을 하나 던지겠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개발사업의 주체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시행사? 시공사? 그도 아니면 PF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물론 법적으로는 시행사입니다. PF의 대출의 차주가 시행사니까요. 땅을 사려고 빌리는 브릿지론도 그렇고, 사업비를 충당하는 본 PF도 그렇고요. 건축주이기도 합니다. 근데 웃긴 건 이겁니다. PF 대출의 금리는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결정합니다. 이게 신용보강이란 말로 포장이 돼 있죠. 누가 진짜 주인일까요? 얼굴마담은 시행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시공사란 겁니다.

그래서 건설사 신용등급 강등이 큰일인 건데요. 고작 시공만 할 뿐인 건설사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곧바로 PF 대출의 금리가 오릅니다. 당연히 사업비가 늘어나겠죠. 두 단계 낮아지면 보통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됩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바로 상환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걸 보면 실상 주인은 시공사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합니다. 왜 우리나라는 아파트 개발사업의 ‘대장’이 시공사일까요? 이 연유는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맥락을 알아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요. 총 세 시기를 살펴볼 겁니다. IMF 이전과 이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있었던 저축은행 사태 전후.

처음부터 건설사가 '센터'... IMF 겪고도 안 바뀌었다!

①우선 IMF 외환위기 이전. 사실 이때는 부동산 개발금융이란 게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은행 대출은 가계가 아닌, 기업에 쏠렸었죠. 건설사도 대부분 재벌계열이기도 했으니, 뭐 신나게 대출받아서 아파트 지었겠죠. 이때도 형식적으로는 개발신탁 방식을 빌려서, 신탁회사에 토지 소유권을 넘기긴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시공도, 시행도 다 건설사가. 88올림픽 특수도 있었고, 노태우 정권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도 하면서 돈을 참 많이 벌었겠죠.

그러다 IMF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금리도 엄청나게 올랐고, 주택경기는 차갑게 식었겠죠. 당연하게도 은행에서 돈 빌리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은행들도 다 망해가는 데 어떻게 대출해 주겠어요. 그때 신탁사가 많이 망했습니다.

②외환위기를 계기로 IMF는 우리나라에 참 많은 걸 요구했습니다. 요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라. 그렇게 금융시장에서 선진기법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들어온 게 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부동산 개발금융이죠.

이때 시행사가 등장합니다. 건설사가 은행에서 직접 대출받기 어려워졌으니까요. 아파트 지으려면 땅도 사야 하고, 짓기도 해야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걸 다 빚으로 하는 건데요. 외환위기 이후에 정부도 기업들 부채비율을 빡세게 관리했죠. 은행도 눈치를 봐야 했고. 그래서 시행사를 앞세운 겁니다. 대출 차주가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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