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TR 청문회 소집 등 자국 산업 보호 위한 견제구
추가제재땐 대체품 물색 가능성…삼성·SK 수혜 전망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레거시(범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 가운데 미국이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재 수위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집권 당시인 지난해 12월 시작된 조사는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공세로부터 미국과 기타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를 대상으로 지난 1월1일부터 50%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에 힘입어 레거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레거시 반도체는 이전 세대 기술과 제조 공정을 사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뜻한다. 최신 공정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다. 자동차, 냉장고, 통신 장비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창신메모리)는 2016년 만들어진 신생 회사지만 약 9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오랫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빅3' 기업이 점유율을 다퉈온 분야다. 빅3 기업이 생산한 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 CXMT가 빠른 성장을 하는 밑거름이 됐다.
미국이 중국 레거시 반도체에 어떤 제재를 더할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재 방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시장 강자인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전자 제품 등에 탑재돼 미국으로 들어가는 사례가 많은데 미국이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면 완제품(세트)을 만드는 업체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를 대체할 제품을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곧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경우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하는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제재 방안이 확정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 전문연구원은 "만약 이번 제재 대상에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포함된다면 추가로 주문되는 물량은 다른 파운드리 업체를 물색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 자본이 투자된 기업의 주문을 받지 못하게 제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 경우 삼성전자가가 수혜를 보긴 어렵다"고 했다.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제재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 제품 개발에 집중해 이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모할 정도로 내수 시장이 크다"며 "미국의 제재 강화 조치는 중국의 저가 메모리가 시장에 더 강력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라고 했다. 이어 "첨단 기술 확보로 기술 경쟁에서 우위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