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시간’ 토론 주재
주 52시간 예외 찬반 청취
AI추경 등 성장담론도 주도
“일본 국방력 강화, 한국에 위협 아냐”
외교·안보 분야서도 우향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노동시간법 적용제외’와 관련된 당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는 등 연일 실용주의를 기치로 ‘중도’ 선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 토론회 좌장을 맡아 일정 소득 이상의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주 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하는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산업계와 반대하는 노동계의 의견을 들었다. 이 대표는 “합리적 타협안, 공감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 등 제도 도입 찬성론자와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 등 반대론자 각 4명이 맞붙었다.
그동안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틀에서 벗어나야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보다는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노동자 보호 요구에 방점을 찍어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실용주의’ ‘친기업 성장’을 주창하며 당의 기조가 180도 달라졌다.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론을 뒤집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같이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제도도 전격 수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 대표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 충격파가 커지자 AI 개발 관련 전폭적인 국가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하며 친기업 성장 담론도 주도하고 있다.
반대로 기존 민주당 입장을 고수하는 당내 설득이 필요하고 대선을 앞두고 ‘집토끼’인 노동계의 조직된 표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간을 두고) 수정·보완할 용의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당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이 대표의 변신은 외교·안보관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일본의 국방력 강화와 관련해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지속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일본을 ‘적성국’(敵性國)으로 표현하고,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 ‘국방 참사’라고 비판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