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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국립국악원 송년공연 <나례> 박동우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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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11:11285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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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축제를 위해

지난 35년간 창작이 들어간 우리나라의 모든 작품에는 디자이너 혹은 무대미술가 박동우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2022년 국립국악원의 <임인진연>으로 연출가의 직함까지 추가한 무대거장은 지난 해 송년공연 <나례>에 이어, 올해에도 <나례(儺禮)-훠어이 물렀거라>를 준비하고 있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문겨레


지난 해에 이어 국립국악원의 2024년 마지막 여정은 <나례>입니다.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의 연출로 참여하셨나요.
2022년 무용단 정기공연 <신 궁중나례>의 무대디자인을 맡았어요. ‘나례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작업하는 동안, 하나하나의 개별 공연도 좋지만 스토리텔링이 되어 전체가 큰 흐름으로 이어지면 정말 의미있는 공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송년공연으로 <나례>를 하신다면서 연출 제안을 주신 거예요. 2022<임인진연>이 제 연출 데뷔작인데, 다행히 공연이 괜찮다라는 평도 받았고요.(웃음)
 
작품을 접근하는 방법 면에서 무대 디자인과 연출은 많이 다른 작업인가요.
무대 디자인과 연출은 미장센을 다룬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많아요. 무대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재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바로 배우예요. 배우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무대디자인의 기본이거든요. 대사가 많은 공연이라면 초점이 다소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사가 적은 무용이나 국악의 경우, 출연자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움직이게 하고, 또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해요. 무대디자인과 연출의 공통분모가 큰 작업이죠.
 
<나례>는 실제 고려시대부터 한 해의 마지막 날(섣달그믐날), 궁중의 예인을 비롯해 민간의 최고예인, 어린이까지 함께 어우러져 밤새도록 즐겼던 놀이이자 축제였습니다. 2024년의 <나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합니다.
<신 궁중나례>에 없던 스토리텔링을 많이 만들었어요. 우선 창덕궁 인정전 마당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가정 아래, ‘기승전결로 말씀드릴게요. ‘에서는 고천지(告天地)’라 하여 창덕궁 언덕에 올라 대취타와 사방신무로 나례의 시작을 하늘과 땅에 알립니다. ‘세역신(設疫神)’입니다. 우리나라 역신을 몰아내는 전통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무작정 쫓아내지 않아요. 먼저 열심히 달랩니다. 정성을 다해 대접할 터이니 잘 먹고 물러나라고 하죠. 하지만 쉽게 물러나진 않으니, 백택무(白澤舞, 사자춤)를 추고 경기굿을 하며 보허자를 연주합니다. 그럼에도 역신이 물러나기는커녕, 눈앞에 나타납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나요? 힘으로 쫓아야 되겠죠. ‘에서는 역신을 쫓는 놀이로 구성된 구나희(驅儺戱)’가 펼쳐집니다. 붉은 옷을 입고 나타난 12형상의 역신을, 눈이 4개 달린 탈을 쓰고 나타난 방상시가 몰아내지만 쉽지 않아요. 옛날 장례를 치를 때 가장 선두에 선 이가 보통 방상시입니다. 악한 것들을 쫓아내는 역할을 해요. 그 다음 처용무로 힘을 보탭니다. 처용무 역시 신라시대부터 역신을 쫓아내는 춤입니다. 그래도 안되니까 마지막으로 추는 춤이 십이지신무입니다. 십이지신무의 시각적 모티브는 김유신 장군 묘의 둘레석에 새겨있는 십이지신상이에요. 십이지신 형상으로 탈을 만들어 쓰고 춤을 추는데, 그야말로 역신 열 둘과 십이지신 열 둘의 공방전입니다. 제가 손꼽는 가장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장면이죠. 누가 이길까요? 안타깝게도 역신입니다. 그때 진자가 나타납니다. 손에 복숭아나무 가지를 든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며 진자무를 춰요. 지금까지 물러나지 않았던 역신들이 아이들의 노래에 스르르 소멸되고 맙니다. 드디어 역신이 물러갔으니 이제 태평한 새해를 기원하는 잔치만 남았네요. 마지막 기태평(祈太平)’으로, 화려한 불꽃놀이와 향아무락(響訝舞樂)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연출님의 구성과 상상력이 힘껏 동원되었지만 모두가 기록에 나와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습니다.
고려사(高麗史)’를 보면, 고려 정종 6년 그러니까 서기 1040년에 나례를 행한 기록이 나옵니다. ‘처음했던 게 아니라 늘 하던 행사로 나오는데, 사실 1040년을 처음으로 잡아도 나례의 역사는 천 년이 넘은 거죠. 공연에 나오는 모든 춤과 퍼포먼스, 음악은 모두 전통 나례를 근거로 합니다. 공연 첫 부분에서 광대들이 나와 사회자처럼 이끌어주는데, 조선시대 명종실록을 보면 이렇습니다. ‘임금이 구중궁궐에 깊숙이 살아서 정치에 득실이나 풍속의 미학을 듣지 못하는 것이 있다. 따라서 비록 배우의 말이지만 어떤 것은 규풍의 뜻이 있어 채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나례를 설치할 수 없는 까닭이다.’ 실제 섣달 그믐날에 연종포를 쏘았어요. 그 해()의 마지막 날(終)에 대포를 쏘아 땅의 신을 깨웠다고 해요. 폭죽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고도 나와있어요. 불화살 수만 개를 설치했다가 도미노처럼 공중으로 올라가는 게 너무 장관이라 외국 사신들이 보고 놀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이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공부 엄청 했어요.(웃음)
 
2023년 버전과 올해 선보이게 될 <나례>의 차이가 있을까요.
구성은 거의 동일하되, ‘세역신파트에서 민속악단이 사자춤을 출 때, 지난 해에는 서도소리와 해령을 연주했다면 올해에는 경기굿와 보허자를 합니다. 처용무의 경우, 작년보다 좀더 다이나믹하게 선보일 예정이고요. 또 하나 바뀌는 게 광대들이 지난해 슬릭백을 췄거든요. 이번에는 당연히 달라지겠죠?(오셔서 확인하세요!) 세태풍자하는 내용 또한 달라질 예정이고요.
 
난장(亂場)의 날에는 사관도 입시(入侍)하였으나 기록하지는 않았다.’고 할 만큼 자유로운 날이었으니, 세태풍자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일 것 같네요.
조선같은 왕조 시대에도 배우들이 시사풍자와 세태비판을 했으니, 오늘날 민주정치 시대에서는 이런 부분이 강조될 수 있겠죠. 이날은 무슨 비판을 해도 수용할 수 있었어요. 궁궐 안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적는 역사기록관까지 이날은 붓을 놓고 함께 놀았으니까요. 오직 일 년 중 단 하루였어요. 궁궐 마당에서 역귀를 쫓는 놀이가 처음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강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연적인 요소가 강화됐어요.
 
국악원의 모든 예술인들이 참여합니다. 많은 인원에 따르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무대가 커서 딱히 어려움은 없습니다. 저희가 커튼콜 때 150명이 무대에 올라와요. 그리고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해 동안 여러 가지 근심 걱정이 있었다면 깨끗하게 씻고 다 함께 복 많이 받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지난해 <나례>의 후기들이 엄청 좋더라고요.
관객들이 너무나 즐거워하셨어요. 많은 분들이 국악은 그저 우리 전통을 보는 것, 지금의 현실과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지금 봐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재미의 코드는 다양하지만 <나례>는 말 그대로 연말에 왁자지껄하게 노는 거예요. <호두까기 인형>은 전세계적인 송년 공연이잖아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나례>가 발레 공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어요.
 
35년이 넘은 시간을 무대미술가로 살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엄청난 작업들을 하고 계세요. 서울시무용단 <사계>, 창작가무극 <천개의 파랑>,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바쁘게 살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재미있으니까요. <나례>도 그렇고 <임인진연>도 그렇고, 처음 들었을 때부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자료조사는 물론 엄청 많은 책을 읽었어요. <임인진연>을 할 때는 공부하느라 밤을 꼬박 세우곤 했어요. 그런데도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역사적 고증이 필요한 작품은 물론 주로 창작초연 작업을 많이 하셨어요. 연출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적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라이선스 작업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신선도가 조금 떨어진다고 할까요. 저는 새로운 작업이 어렵지만 더 재미있더라고요. ‘한국적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어요. ‘우리는 지금 이 공연을 여기서 왜 하는가.’ ‘우리는 당연히 창작진이고, ‘지금 2024, ‘여기는 한국을 말하겠죠. 햄릿이든 오이디푸스왕이든 2024년 한국관객을 위해 올리는 작품이라면 무대미술이라도 왜 하는가라는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외국인처럼 분장하고 왕의 옷을 입고 서는 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관객으로 하여금 무슨 생각을 하게 할 것인가 그 의도와 기준이 명확히 선다면, 저는 그게 한국적이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의식하고 작품을 분석하는 것과 의식하지 않은 채 작품을 분석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무대디자인으로서 박동우 스타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스스로의 스타일을 제가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대개 미니멀하면서 기능적이고, 작품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렇다고 미니멀한 것만 하는 건 아니에요. 한 가지 스타일에 갇혀있기 보다 작품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봐요. 제가 비극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례> 같은 공연도 좋거든요.
 
무대디자인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그렇다면 요즘 무대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아주 큰 크렌드로 보자면 물감에서 빛으로의 이동, 평면에서 입체로의 이동입니다. 그 한 예가 영상입니다. 프로젝션이나 LED를 쓰는 경우가 늘어났는데, 신기술들을 적용해보고 싶기도 하고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걸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겠죠. 요즘은 너무 많은 공연에서 영상을 쓰다 보니 영상 피로증이 생긴 것 같아요. <나례>에서는 영상을 절제해서 씁니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합쳐서 동궐이라 하는데, 동궐을 그린 동궐도라는 국보가 있어요. 그 그림을 배경으로 해서 화살이 영상으로 표현됩니다.
 
즘 연출님이 읽고 계신 책은 무엇인가요.
일이 많아서 자주 읽지는 못하지만 옆에 두고 들여다 보는 책은 황태연 교수님의 백성의 나라 대한제국입니다. 천 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책인데 <임인진연> 할 때 참고하기 위해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읽고 있어요. <칼의 노래>라는 뮤지컬 작품을 하기 위해 황현필 작가의 역사 강의를 많이 보곤 하는데, 그분이 쓴 이순신의 바다도 읽고 있습니다.


송년공연 <나례(儺禮)>-훠어이 물렀거라
일시 20241218-1220 19:30
장소 국립국악원 예악당
가격 R 5만원S 3만원A 2만원B 1만원
문의 02-58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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