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다시 몰려온 ‘차이나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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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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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최저가로 들여오는 제품에 국내 기업들은 속수무책이었다. 1990년대 초반 닥쳤던 1차 차이나 쇼크 때 이야기다.

2차 차이나 쇼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1차 때보다 충격은 더 강해졌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을 늘리면서 중국산 상품이 차고 넘친다. 세계 도처에서 그렇다.

과거와 달리 중국이 세계 경제 ‘빅2’로 성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중국을 경쟁 대상으로 견제한 지 오래됐다. 1차 차이나 쇼크 때는 값싼 중국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각국의 물가 오름세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그 대신 각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타격을 받았다.

지금도 중국 업체들은 내수로 흡수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 기계, 가전제품 등을 생산한다. 정부 주도의 저리 대출이 이런 생산과 수출을 부추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인 e커머스 등의 진출도 거세다.

2차 차이나 쇼크는 1차 때에 비해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더 낮추고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1차 차이나 쇼크 때는 중국이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불황이다. 그때는 중국이 값싼 제품을 파는 대신 철광석과 석탄, 기타 상품을 사가는 바람에 인플레이션 하락을 상쇄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그런 수요가 없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31%, 전체 상품 수출의 14%를 차지한다. 20년 전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10% 미만, 수출 비중은 5% 미만이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과잉생산이 다른 나라의 공장 문을 닫게 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등이 자국 산업 보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불편한 이웃을 둔 덕분에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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