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여성장애인 위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진료실부터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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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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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 가 보니]
이동 없이 진료 보는 '원스톱 진료실'
시각·청각장애인 위한 음성점멸유도등도


휠체어 장애인이자 20여년간 여성장애인 활동을 해온 배복주 정의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이 여성신문과 함께 28일 서울대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여성신문·송은지 작가


서울 지역에 첫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들어섰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2일 여성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한 임신·출산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의료환경을 갖춘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개소했다. 

산부인과 진료는 임신·출산 외에도 여성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건강관리 항목 중 하나다. 하지만 여성장애인은 경제적 부담, 임신·출산의 정보 부족, 의료기관 접근의 어려움, 종사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시의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심사를 통해 여성장애인에 맞춤형 의료환경을 제공하는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선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북 예수병원, 일산병원에 이어 전국 세 번째이자 서울시 최초로 선정됐다. 

휠체어 장애인이자 20여년간 여성장애인 인권운동을 해온 배복주 정의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이 여성신문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찾았다. 

서울대병원 본관 3층에 위치한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외래·분만장·병동·신생아실·장애인화장실 등 진료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한 층에 배치했다. 접수‧수납을 위한 창구에는 휠체어를 탄 환자에 맞춘 기기가 설치돼있고, '장애친화 진료실'인 4번 진료실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손잡이와 점자 블록이 있으며 휠체어가 이동하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 좌석을 한쪽 면에만 배치했다. 시각 및 청각장애인이 위급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음성점멸유도등과 시각경보기도 설치했다. 

서울대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 없이 검사와 진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진료실'에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 유형에 따라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동에 어려움을 겪거나 높낮이·기울기가 고정된 진찰대에서 진료를 받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은 진료실 공간을 넓히고 휠체어 장애인 환복을 위한 성인 기저귀 교환대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진찰대를 구비해 장애인이 진료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최소화했다. ⓒ여성신문·송은지 작가


서울대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 없이 검사와 진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진료실'에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 유형에 따라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동에 어려움을 겪거나 높낮이·기울기가 고정된 진찰대에서 진료를 받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은 진료실 공간을 넓히고 휠체어 장애인 환복을 위한 성인 기저귀 교환대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진찰대를 구비해 장애인이 진료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최소화했다.

특수 휠체어(좌)·이동식 전동리프트(우) ⓒ여성신문·송은지 작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를 위해 진찰대나 침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식 전동리프트도 구비돼있다. 환자가 탄 휠체어 밑에 천을 깔고, 천과 걸쇠를 연결한 뒤 전동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또한 등받이가 180도까지 젖혀지고 손잡이를 떼고 붙일 수 있는 이동식 특수 휠체어도 구비해 흉부 엑스레이 등 검사에서 편의성을 높였다.

여성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휠체어 장애인이 거울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의 경사가 아래로 기울어져 있다. 또한 대변기 등받이, 상하식 손잡이, 영유아용 거치대 등이 설치돼있다. ⓒ여성신문·송은지 작가


화장실은 휠체어 장애인이 거울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의 경사가 아래로 기울어져 있다. 대변기 등받이, 상하식 손잡이, 영유아용 거치대도 설치돼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방문 전 병원에 제출하는 사전질문지에 통역을 요청할 경우 병원에서 수어통역사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서울대병원은 장애 별 요청사항을 사전질문지에 작성하면 전문 코디네이터가 내용을 확인한 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진료와 진단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식화된 신체모형과 쉬운 그림 등을 만들어 산부인과를 찾는 지적장애인들에 배포할 예정이다.

휠체어 장애인이자 20여년간 여성장애인 활동을 해온 배복주 정의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이 여성신문과 함께 서울대병원 산부인과를 방문해 시설을 살펴봤다. ⓒ여성신문·송은지 작가


이날 산부인과 시설을 살펴본 배복주 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의 의료서비스가 장애인들이 겪는 많은 불편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또 개선할 점으로는 "의도와 무관하게 몸을 움직이는 뇌성마비 환자를 위해 진찰대에 고정벨트가 있으면 좋겠다"며 "여성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휠체어가 움직이기에는 공간이 비좁아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1978년에 지어졌기 때문에 장애친화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을 만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장애당사자들의 요구에 맞춰 점차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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