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 기름 뿌리고 '화르르'…청년 삶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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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06. 오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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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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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20대 청년이 자신의 생일날 전신 화상을 입어서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저희에게 제보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벌인 사람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본인은 늘어나는 치료비 때문에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제보내용, 김보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두운 공터, 머리에 두건이 씌워진 채 의자에 앉혀진 청년, 또래 청년들이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테이프로 발목까지 결박당합니다.

의자에 묶인 청년은 당시 22살이던 박 모 씨.

결박당한 박 씨 주변에는 휘발유가 뿌려졌고 양 무릎에는 폭죽이 올려진 채 불이 붙여졌습니다.

불꽃이 휘발유에 떨어지며 박 씨에게 불이 옮겨붙었고 전신 40%, 3도 화상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박 씨 : 너무 뜨겁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하니까 자빠졌어요. 가해자들은 그냥 구르라고 묶여 있는 사람 보고….]

2년 전 생일날, 알고 지내던 또래 청년들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일을 돕던 중이었습니다.

[박 씨 : 알게 된 지도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갑자기 두건을 씌우고 양 팔을 붙잡고 차에 강제로 태우고….]

생일 축하를 해준다며 데려간 곳은 인적 없는 공터, 밤 11시에 가까운 때였습니다.

제가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와봤는데, 보시는 것처럼 인적이 드물어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고통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박 씨 : 그냥 계속 타고 있었어요. 이대로 죽는구나 할 정도로. 제발 앰뷸런스 119 좀 불러달라 그랬더니 가해자 애들이 음산하고 앰뷸런스가 쉽게 찾아오지 못한다….]

피부이식수술에 재건 치료까지 병원을 오가는 동안 가해자들은 초범 등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엄벌을 원했지만 감당 못할 치료비에 합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 씨 어머니 : 검사 말이 어차피 내가 합의를 해도 집행유예, 안 해도 집행유예 그러면 남는 치료비를 아예 못 받잖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를)….]

현재까지 들어간 치료비만 합의금의 두 배를 넘는 1억여 원.

결국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박 씨 어머니 : 치료비라도 해달라 이렇게 요구를 했어요. 그랬더니 본인 애들은 돈이 없다….]

(영상취재 : 김용우·양지훈,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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