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과열 '새옹지마'…아파트값 떨어지니 "그때 당첨 안된게 다행" [우병탁의 稅테크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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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중국 고사에서 유래된 말로,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고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젊은 세대 중 일부는 청약통장의 예치금을 다시 살펴보고 모자란 금액을 불입하는 경우가 있다. 주택시장은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 주택의 청약 경쟁률도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던 2021년 청약경쟁률은 19.8대1이었고 2020년에는 27.9대1이었다. 이에 반해 가격 상승을 멈추고 하락의 변곡점에 들어섰던 2022년에는 7.6대1로 급감했다. 서울의 경우엔 그 변화가 더 극심하다. 2021년 164.1대1이었던 평균 경쟁률은 2022년 10.9대1로 줄었다.

집값이 상승하고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던 시기에 정부는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가점제 비중을 크게 높였다. 당시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였던 서울은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경우 가점제 비율을 75%에서 100%로 변경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가점제 배정 물량을 전체의 45%에서 75%로 높였다. 이러한 조치는 청약 과열과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의 청약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청약 경쟁은 더 과열됐고 강동의 한 단지는 600여 가구 모집에 13만명 이상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짧은 젊은 세대는 언감생심, 청약에 나서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약제도에 대한 불만은 높아진 집값과 같이 올라갔다. 당시 청약 고가점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분양을 받은 무주택자 중 일부는 그 후의 가격 상승, 다시 이어진 하락 과정에서 여전히 분양가 대비 상승한 주택 가격으로 이익을 얻었다.

다만 그 와중에도 일부는 과열 직후에 이어진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청약 당첨으로 인한 기쁨이 걱정과 우려, 심지어 손해로 이어졌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시장이 단기간에 급변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청약 가점으로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기대를 접고 있던 저가점자와 젊은 세대는 상승 마지막의 과열을 의도치 않게 피하는 결과가 됐으니 그야말로 '새옹지마'다.

한편 세상은 그 와중에 또 변했다.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주택시장은 어느새 과열이 사라지고 침체에 들어섰다.

결국 정부는 연초부터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외)했다.

규제지역이 해제되면서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경우 가점제 비중은 40%로 줄었다. 청약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세대에게도 기회가 늘어났다.

경쟁률과 청약 가점이 크게 낮아진 상황은 젊은 세대에게 다시 '낮은 가점에도 불구하고'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된 셈이 됐다.

말이 사라져 슬픈 일이 될지, 돌아온 말을 타다가 아들이 다리를 다치는 일이 될지 아니면 다리를 다쳐 전쟁을 피하는 결과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역시 어렵다. 상황이 변화할 때는 항상 평소의 경우보다 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고 나 자신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투자의 핵심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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