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과 추미애 아들의 특혜 의혹…1급수에서만 용 나는 사회의 비애 [기자수첩-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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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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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도중 손목 부러져 깁스한 기자…상관 "국민 보기 안 좋으니 휴가 나가지 말라"
2019년 추미애 아들 휴가 특혜 의혹 접하고 분노…휴가 연장, 이렇게 손쉬웠나
조민 입시비리 사건서도 비슷한 감정 느껴…1급수에서만 용 나는 사회는 너무 가혹해
대한민국서 가장 민감한 '입시'와 '병역' 사건…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아야
조국(왼쪽)과 추미애(오른쪽) 전 법무부 장관.ⓒ뉴시스, 국회사진취재
[데일리안 = 황기현 기자] 지난 2011년 강원도 모 부대에서 복무하던 기자는 전우들과의 풋살 경기 도중 손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휴가를 약 2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국군강릉병원에서 조각난 뼈를 맞추고 깁스를 한 뒤 부대에 복귀한 기자에게 직속상관은 "깁스한 모습이 국민들 보기 안 좋으니 휴가를 나가지 말라"고 명령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면 당시 기자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알 수 있을 터다.

그리고 2019년 기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의 휴가 특혜 의혹 사건을 접하게 됐다. 서 씨가 군 복무 중이던 2017년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지 않았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이 외압을 행사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내용이었다. 자연스럽게 화가 났다. '누구는 다쳤다고 휴가도 나가지 말라는데 누구는 휴가를 이토록 손쉽게 연장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 씨 입시 비리 사건 당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학생들은 단 1점을 올리기 위해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공부하고 있을 텐데 부모의 재력이나 사회적 위치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이 맴돌았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야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라 할지라도 '1급수'에서만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조민 씨 유튜브
검찰이 이 두 사건을 놓고 기소와 재기수사라는 칼자루를 만지작거리는 건 논란의 여지를 남긴 채 지나가는 것보다 훨씬 반가운 일이다. 최근 기성세대가 'MZ'라고 부르는 청년들은 공정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이나 의도가 공정하지 못하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더욱이 조 씨와 서 씨가 연루된 의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입시'와 '병역' 사건이기 때문에 한 치의 의혹도 남아선 안 된다.

물론 검찰이 조 씨를 재판에 넘길지나 서 씨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달라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검찰이 무조건 조 씨와 서 씨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결론이 나길 바랄 뿐이다. 조 씨를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서 씨에게 혐의가 없다면 그 이유 또한 무엇인지 검찰은 소상히 밝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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