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분양시장도 '쥐락펴락'…부동산 '단톡방'의 힘?[박원갑의 집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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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16. 오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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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입소문' 영향력 커진 부동산시장…분양 흥행도 '좌지우지'
시장정보 걸러낼 검증능력 필수…악성루머 등 '정보전염병' 경계해야
아파트 단지 모습. 2023.5.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뱅크런(예금대량인출)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은 스마트폰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스마트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그 은행이 위험하다더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사고는 전광석화처럼 일어났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스마트폰 좀비 사회’에선 소문이나 불안이 빠르게 번져나간다. 40년 역사에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인 은행이 파산하는 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 뱅크런을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부른다.

‘디지털 바이럴(디지털 입소문)’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되었다. 거대한 디지털 바이럴의 힘, 한마디로 무서운 세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SNS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점포 앞에서 진을 치고 예금을 찾았지만, 그 속도는 늦었다. 은행이나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이끄는 '디지털 입소문'…부동산시장도 흔들어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딴판이다. 겁에 질린 고객이 스마트폰 몇 번 조작만으로 돈을 빼내기 시작하면 은행 측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당하기 마련이다. 비행기, 크루즈선, 호텔 안 등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24시간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명과 혁신의 상징인 스마트폰이 더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떼를 지어 움직이면서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순식간에 퍼지는 ‘디지털 입소문’이 큰 힘을 발휘한다. 과거 친인척이나, 가족, 중개업소로부터 얻던 정보를 이제는 카페, 블로그, 유튜브 등 SNS에서 찾는다. 의사결정 때 SNS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 선방한 것은 SNS를 타고 ‘분양가가 싸지 않지만 괜찮다더라’, ‘1년 뒤 전매하면 돈을 벌 수 있다더라’라는 소문이 돈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집값이 더 내려간다더라’, ‘집값이 바닥이라더라’, ‘어디가 좋다더라’라는 소문이 돌면 실제 시장이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SNS에서 인플루언서는 막강파워를 자랑한다. 인플루언서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움직인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권력자인 인플루언서는 과거 가족이나 친인척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부동산 오픈 단톡방 '아파트 시세'도 영향

요즘은 카페, 블로그, 유튜브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게 ‘단톡방’이다. 단톡방은 단체 카카오톡 방의 줄임말이다. 부동산에서 단톡방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자주 활용하는 게 오픈 채팅이다. 비밀번호가 걸린 방도 있지만 대체로 공개하는 편이다. 단톡방은 내가 뉴스를 검색하거나 카페, 블로그, 유튜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정보가 올라온다. 일을 하다가도, 누구랑 통화를 하다가도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정보 전달 속도가 기존 SNS보다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요즘 부동산시장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단톡방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아파트 시세는 단톡방이 결정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이처럼 광속의 시대에는 부동산시장도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다.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순간 구버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속자생존(速者生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나 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시장은 저 앞서 달아나고 있는데 나는 지난 통계를 갖고 현재 시장을 분석하는 게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단기 흐름은 통계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장바닥 움직임을 주시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하다.

다만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지적 능력도 그만큼 뒤따라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사실이 아니라 괴담이 될 수 있다. '정보 전염병(infodemic)'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가 퍼지면서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나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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