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백신 후진국? 야당도 예산 못 짜는 상황 방치"

입력
수정2020.12.18. 오전 11:03
기사원문
류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재갑 교수,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출연
"2009년 신종플루 백신 남았다고 혼낸 게 정치권"
"법 체계상 백신 선구매 예산 확보 못하는 상황"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캡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 지연을 두고 '백신 후진국'이라고 지적한 국민의힘을 향해 "예산안 논의 때 백신 구매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지 않은 야당도 특별히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백신 선구매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백신 구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야당이)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는 예산을 1조원 정도 만들어줬다면 (백신 구매) 협상력에서 우위를 갖고 접근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제도상 감염병 관련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며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나라 예산 제도상 백신 선구매 관련 예산을 잡을 수 없다"며 "선구매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을 비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그런 법 체계가 없어 예산을 짜고 싶어도 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재난 관련 물건을 살 수 있는 법 체계가 없어 질병관리청 자체적으로 (관련 예산 확보를) 요구할 수 없었다"며 "거꾸로 국회에서 그 부분에 대한 입법 미비를 확인해 고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신종플루 이후 10년간 선구매 제도 안 만들어"

10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제니차에서 촬영한 화이자의 로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모습.연합뉴스


이 교수는 정치권이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10년 넘게 백신 선구매 관련 제도를 만들지 않고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당시 백신을 대량 구매한 보건 당국을 질책했다고 전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자마자 백신 개발을 하는데 중간에 인구 대비 백신 수가 부족할 뻔했다"며 "그때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유럽까지 가서 면역 증가제를 얻어 와 인구 절반 정도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해 11월부터 접종이 시작됐는데 갑자기 이듬해 2월로 넘어가면서 유행이 감소해 백신 700만개 정도가 남았다"며 "오히려 2010년 국정감사 때 수요 예측을 잘못해 백신을 버렸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누가 감염병 유행 상황을 제대로 예측해서 백신 수요량까지 계산하느냐"고 반문하며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데 백신이 남았다고 공무원을 징계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예산이나 연구 개발 등 우리가 가진 한계가 분명히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는 왜 못 맞느냐'는 말만 하면 이를 준비하는 전문가들을 궁지로 모는 것"이라며 "불안감을 조장하는 기사보다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무슨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 [기획] 우리 엄마 이야기, 한국일보가 담아드립니다
▶ [이슈] 죽은 엄마 곁 지키다 노숙… '방배동 모자의 비극'
한국일보닷컴 바로가기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