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도 못 믿나”···전세보증사고 5건 중 1건은 ‘업(up)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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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2. 오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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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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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다세대주택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한 주택 5가구 중 1가구는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전세금 반환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빌라에서 감정평가사들과 짜고치는 ‘업(up) 감정’ 수법이 공공연하게 쓰여온 것이다.

전세사기범들은 감정평가사를 통해 신축빌라 평가액을 높이고, 높인 가격을 통해 전세금을 올려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감정평가서를 활용한 전세보증사고액은 1년새 3.6배 증가해 2000억원을 넘어섰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전세보증보험 사고금액은 지난해만 2234억원(96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보증사고액 1조1726(5443건)의 19.6% 수준이다.

사고금액은 2018년 8억원에서 2019년 22억원, 2020년 52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 사고금액은 662억원(251건)으로 전년보다 12배, 지난해 사고금액은 2234억원으로 3.6배 급증했다.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보증사고는 대부분 다세대주택(빌라)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빌라 사고액은 1678억원으로 전체 사고액의 75.1%를 차지했다. 오피스텔(342억원·15.3%), 아파트(145억원·6.5%)가 뒤를 이었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을수록 전세사기 발생 확률이 높은 셈이다.

HUG는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심사시 감정평가 가격을 최우선으로 인정하고, 이후 공시가격의 140%와 실거래가를 차례로 적용한다. 단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는 신축빌라의 경우 감정평가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줬다. 감정평가법인은 집주인이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범들은 감정평가사에게 웃돈을 주고 평가액을 높인 후 전세금을 높였다. 감정평가액이 높으면 전세대출 및 보증보험 한도가 늘어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빌라왕’사망 이후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대면서 정부는 지난달부터 전세보증보험 가입시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추천하고 HUG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 40곳에서만 진행하도록 했다. 또 감정평가액을 우선인정해오던 기존 방식을 폐지했으며, 신축빌라의 경우 평가액의 90%만 인정한다.

한편 국토부는 ‘업 감정’ 의혹사례 11건을 조사한 결과 HUG에서 인정한 법인 중 3곳이 부적절한 감정평가를 한 것으로 인정됨에 따라 지난 8일 이들 3곳을 인정기관에서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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