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부터 정치적 무리수 논란 한전공대…개교 1년 만에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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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30.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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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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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발전사 등 올해 1600억원 출연금 축소 불가피
다시 정쟁 한가운데로…감사원·산업부 감사 진행 중
사진은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대학설립 예정부지에서 열린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착공식' 모습. 2021.6.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가 개교 1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특별법 법인 대학으로 설립, 한국전력공사(015760)로부터 받은 출연금으로 학교 건물을 짓고, 내부 시설을 채우고, 교수 인건비 등 모든 지출이 이뤄지는데 한전의 천문학적 재정난에 밀려 출연금이 줄어들 상황이다.

단순히 '돈' 문제뿐만이 아니다. 학교설립 과정부터 개교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전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산물'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탓에 여야 정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한전이 최근 3년여간 천문학적인 적자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한전공대에 대한 정부여당의 시선은 더 싸늘하기만 하다.

29일 한전과 한전공대 등에 따르면 에너지 특성화대학으로 설립한 한전공대는 특별법에 근거, 한전과 소속 10개 계열사들의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미 1724억원이 투입됐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600억원의 출연금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당장 한전과 계열사들이 올해 출연할 예산만도 1588억원이다. 한전이 1016억원,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자회사가 572억원을 출연해야 한다.

이 출연금은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캠퍼스 건물 완공과, 기본 운영자금 등에 쓰인다.

현재 한전공대 캠퍼스 부지 내 완공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행정·강의동이 유일하다. 여전히 캠퍼스 안에서는 추가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학 측은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5년이면 캠퍼스 구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유일한 수입원인 한전의 적자상황이 최대 악재로 떠올랐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연간 32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1분기에는 6조원의 적자를 냈다.

한전은 채권 발행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는데, 한전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2조8000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까지 불어난 상태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 ⓒ News1 장수영 기자


사상 최악의 한전 영업적자 위기에 '전기요금 현실화' 등 정부도 고육지책에 나선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화살은 한전 등으로부터 한 해 평균 1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가져가는 한전공대로 향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국전력공사가 막대한 적자로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의 출연금도 효율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출연금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이 구체적인 축소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올해 한전 등에서 출연 예정인 1599억원부터 단계적으로 그 규모를 축소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는 정부가 한전의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한전공대 설립의 근거가 된 특별법을 초월하는 것으로 현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출연금 축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출연금이 수입의 전부를 차지하는 한전공대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의 적자사태가 맞물리면서 한전공대는 또다시 정쟁의 중심에 선 모습이다.

이전 정부의 '정치적 산물'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금까지도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에서는 아예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공대의 대학 설립 과정 등에 대해 잇따라 감사에 나섰다.

감사원은 2022년 11월 보수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청구의 일환으로 예비감사를 진행한 뒤, 지난 3월부터는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과 산업부, 교육부, 나주시 등 4곳을 대상으로 당시 문재인 정부가 타당성 논란에도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지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부영주택이 한전공대에 골프장 부지를 기부한 대가로 잔여지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용도변경을 약속받았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도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나주에 위치한 한전공대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실지감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9월 한국전력 감사실과 한전공대 지원단이 실시한 업무진단 컨설팅에서 나온 정부지원금을 무단 전용한 의혹에 대한 감사다. 감사 결과는 이르면 6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한전의 천문학적인 영업적자에 어려운 상황에도 국민들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그 부담을 지고 있다"면서 "한전공대에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한전이 25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낸 상황에서는 당연히 지출규모가 큰 불요불급한 부분에서부터 줄여나가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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