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못 편 2인자’ 리커창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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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대서 마지막 업무보고
실권 없는 총리 10년 마감
단상 내려올 때 37초간 박수
13일에 후임으로 리창 선임
작별 인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 개막식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열 2위 실세 총리’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투톱 체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 총리로 선임됐을 때 외신들은 그가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실세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당시 취임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방·외교 등을 책임지고 리 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었다. 리 총리는 2007년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까지만 해도 시 주석과 나란히 서열 5∼6위로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만큼 한때 시 주석의 라이벌로 분류돼 왔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틀린 예상이 아니었다. 리 총리가 당내 주요 권력 계파로서 시 주석의 권력 독점을 견제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대표 주자였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현실은 달랐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앙정치국 상무위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약화되고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리 총리에게는 임기 내내 ‘실권 없는 총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는 종종 시 주석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으로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리 총리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전면에 등장해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가 가진 한계는 명확했다. 시 주석의 ‘절대권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리 총리가 5일 전인대 14기 1차 회의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를 끝으로 10년 임기를 마치고 사실상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중국은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올해 전인대에서 신임 총리를 선임한다.

리 총리의 퇴장은 시 주석 1인 통치 시대의 강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제20차 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6명을 모두 자신의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웠다. 리 총리를 비롯해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등 시 주석의 당내 견제 세력으로 꼽혀온 공청단 출신 인사들은 모두 이번 양회(전인대·정협)를 기점으로 최고 지도부와 정부 요직에서 물러난다. 이는 지난해 당 대회 폐막식에서 공청단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강제 퇴장당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 데 이어 사실상 당내 다른 계파의 완전한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리 총리가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서 약 54분간 정부 업무보고를 마치고 단상에 내려올 때 행사장에는 37초 동안 긴 박수가 이어졌다.

이번 양회에서는 총리와 부총리등 정부 요직들도 지난해 당 대회에서 권력을 장악한 시 주석의 측근 인사들이 차지하게 된다. 주목받는 이는 리 총리의 뒤를 이을 리창(李强)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상하이 당서기를 지내다 지난해 당 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파격적으로 권력 서열 2위에 오른 리 상무위원은 이번 양회에서도 통상 부총리를 거쳐 총리에 오르는 관례를 깨고 국무원 총리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총리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우선 과거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근무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그가 시 주석의 충실한 정책 집행자이자 존재감 없는 총리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리 상무위원이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다면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해 보다 과감한 경제 정책과 조치들을 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리 상무위원은 13일 전인대 폐막 이후 열리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총리로서 첫 데뷔 무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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