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의 족쇄, 경제의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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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15. 오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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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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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합동으로 기업을 밀어줘도 모자랄 시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가 쏟아져 나오니…"

최근 만난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심화하는 정치권의 기업 압박에 대해 우려했다. 세수 부담이 커진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내놨다. 이제 막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것보다는 각종 인센티브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기업 관련 법령이 반기업적이라는 지적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노란봉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데다 횡재세 논의까지 시작되면서 '기업 억누르기'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치권의 논의대로라면 기업들은 1년 내내 확대된 안전 관리 책임과 늘어난 노사분규에 시달려야 한다. 추가 이익에 따라붙는 세금은 덤이다.

한국 기업들이 지고 있는 부담은 이미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5% 높다. 최고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방에서 기업과 기업인의 의욕을 꺾는 규제만 넘쳐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횡재세 등 최근 논의에 대해 재계는 할 말이 많다. 추가 투자·고용 확대 등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활동은 지원이 부족한데, 규제안은 끝없이 쏟아지니, 경제6단체가 계속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경제단체는 지난달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를 혁파해 달라는 공동성명을 내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여러 규제가 뿌리내리면서 지난 수년간 경영 여건이 악화했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건의했다.

발목에 족쇄를 찬 기업들의 부진은 이미 수치로 드러난다. 전세계 시장의 3.23%를 차지했던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이후 끝모르고 떨어지면서 올 상반기 2.59%를 기록했다. 미국·독일·일본은 자국 기업 보호에 여념이 없는데, 한국만 기업 옥죄기에 열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규제 손질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에 대한 족쇄는 국가경제에 대한 족쇄가 되기 쉽다.

오진영 기자수첩 사진 /사진=오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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