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중국 외자 유치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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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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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중국 국무원은 지난 8월 ‘외국인 투자 환경을 최적화하고 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것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중점 산업 영역의 외자 도입을 늘릴 것, 외자 기업이 정부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것, 자금 지원 및 세금 우대 정책을 강화할 것 등 6개 분야 24개 조치가 담겼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외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지시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지침이다. 국무원은 이 의견을 각 부서와 31개 성·시·자치구에 내려보내 강력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지방정부마다 외자 기업 간담회, 투자 상담회 이름을 내건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서쪽 개방의 최전선인 산시성은 지난달 19일 대외무역 외자 기업가 간담회를 열었다. 산시일보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는 시안외국인투자기업협회의 여러 기업인이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자오이더 당서기는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과 혜택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산둥성은 ‘밖으로 나가서 배우고 안으로 불러들여 가르침을 받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유무역구, 경제시범구 등의 플랫폼 건설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둥성은 2019년 이후 4년 동안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가 있었는데도 외국인 투자가 연평균 41.9% 성장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장쑤성은 최근 외국인 투자 촉진 및 보호에 관한 조례를 완성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베이징시도 외국인 투자 조례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런 행사에 참석한 외국 기업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외자 유치를 통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 그런데 현장 분위기가 간절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지방정부 쪽에선 성장이나 부성장이 아닌 실무 관리자급이 나왔다”며 “외국 기업을 대하는 태도에 성의가 없고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지방정부가 개최한 투자유치 간담회는 통역 없이 진행돼 대다수 외국 기업이 중국인 대표를 대리 참석시켰다고 한다.

과거에는 이런 모임에 외국 기업이 주로 참석하고 중국 국영기업은 인적 교류차 참석했는데, 지금은 국영기업이 주를 이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외국 기업이 중국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향후 투자계획도 줄이면서 국영기업이 간담회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가 실제 투자유치 성과를 내는 것보다 보여주기식 행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에도 계속되는 외국 자본의 중국 대탈출 배경에는 이렇듯 갈피를 잡기 어려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21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1년반 동안 중국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 1880억 달러(250조원)가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그 여파로 인도, 멕시코,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조 달러 규모의 홍콩 주식시장이 외국인투자자의 이탈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3년 동안 고강도 방역 조치를 고수하고 빅테크 산업을 겨냥한 반독점법을 시행하면서 정부가 언제든 기업 활동을 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은 강화된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 등이 외국 기업의 운신을 좁히고 있다.

탈중국 현상은 중국 상무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해 1~8월 FDI는 8471억7000만 위안(15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 중국 정부는 “첨단 제조업 분야 등 투자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태도로는 차이나 엑소더스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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