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국내 최대 규모 문 열어
대형스크린·웅장한 사운드 인기
대작 중심 상영 ‘간판극장’ 역할
영화산업 다변화에 적자 부담 ↑
극장건물 문화공간 탈바꿈 예고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한국 영화 역사와 함께해온 대한극장이 66년 만에 문을 닫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 등 연이은 악재로 적자를 면치 못한 데 따른 결정이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30일 전자 공시를 통해 극장사업부(대한극장) 영업을 9월30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기상사는 영업 종료를 결정한 이유로 “영화 상영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적자 해소”와 “회사 소유 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 구조 개선”을 꼽았다. 또 대한극장 영업 종료로 “사업 체질 및 손익 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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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개관해 한국 영화 역사와 함께해온 대한극장이 9월30일을 끝으로 66년 만에 문을 닫는다. 사진은 30일 오후 대한극장 모습. 뉴시스 |
대한극장은 대형 스크린에 웅장한 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극장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곳에서는 명작영화를 70㎜ 원본 필름대로 상영할 수 있었다. 당시 ‘벤허’ 같은 영화를 보러 지방에서도 영화팬들이 찾아왔다.
대한극장은 1990년대 후반∼2000년 초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되면서 1차 충격을 받았다. 결국 국내 극장의 멀티플렉스 전환에 발맞춰 2001년 5월 ‘징기스칸’ 상영을 끝으로 휴관했다. 250억원을 투입해 새단장한 후 이듬해 12월 11개 상영관을 갖춘 영화관으로 재개관했다. 그럼에도 국내 영화산업이 멀티플렉스 3사(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사양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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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8월 문을 닫은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의 모습. 뉴시스 |
최근 극장업계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대기업 멀티플렉스마저 위기를 겪고 있다. OTT 인기로 극장을 찾는 발길이 대폭 줄면서 극소수 ‘1000만 영화’와 관객 몇만 명이 찾는 영화로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100만∼500만 관객을 모으는 중규모 영화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영화 관객 수는 약 1억2514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연평균의 56% 수준에 그쳤다. 총매출액(1조2614억원)도 코로나 이전의 69%에 불과했다.
문을 닫은 대한극장 건물은 공연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빌딩을 개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노모어’를 수익 배분 방식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과 객석의 구분을 없애고 서로 넘나들 수 있게 한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