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내버려진 도시…마음으로 찍은 ‘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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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02.16. 오후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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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진마을] 최우수상 ‘태백, 광산촌의 시간’ 심사평






누추한 단층 건물 지붕에 놓여진 다 쓴 연탄과 그 뒤로 보이는 탄광 시설.

지난 7일과 8일에 걸쳐 태백에서 제16기 한겨레포토워크숍이 열렸다. 북유럽전문여행사 <미지투어>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함께 진행한 이번 워크숍은 순수 참가자 38명, 강사 및 운영자 5명, 삼척 MBC 취재팀 4명 등 5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여 성황리에 치러졌다. 참가자들이 최종 포트폴리오 10장씩을 제출했고 13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임종진 작가와 곽윤섭 선임기자가 심사를 했다. 이현준(37)씨가 ‘태백, 광산촌의 시간’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임종진 작가는 이현준씨의 사진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으로 현재 쇠락해버린 듯한 태백의 상권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태백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에 대한 기록을 폭넓은 표현으로 잘 담아냈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사진으로 마무리한 것이 돋보였다”라고 평가했다.

과거와 현재 ‘쇠락’ 넘어 ‘미래 희망’ 담으려 노력

이씨는 사진 10장의 순서를 잘 배치했는데 멈춘 시계로 버려진 과거를 보여주었으며 옥상에 버려진 연탄이 저 멀리 거대한 저탄장을 바라보다 맥을 놓은 것 같은 사진으로 이어주면서 여기가 어디인지를 직접 묘사했다. 마른 생선 머리의 세부묘사가 나왔고 탄광같이 보이는 생선가게(이현준은 어류박물관이라고 칭했다)로 연결하면서 어두웠던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절묘하게 보여주었다. 그물에 갇힌 전구로 반환점을 돌면서 반전이 시작되었다. 역고드름(승빙)위로 빛줄기가 떨어지면서 흔치 않은 희망의 상징물을 잘 찾아냈다. 사진은 발견이니 새로움이 늘 필요한 법이다. 1박 2일의 워크숍으로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열과 성을 다했다는 정도가 최선이니 이 정도면 날렵한 솜씨다.

최훈자·서치정·김영철씨 작품도
탄탄한 기본기…완결성 뽐내
박병문 작가 등 참여 자리 빛내


선정하지 못해 아쉬웠던 사진으로 임종진 작가는 세 명의 작품을 꼽았다. 최훈자씨에 대해 “올곧은 일관성이 좋았다. 첫 사진부터 마지막 사진까지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서치정씨에 대해 “모든 사진이 다 완결성이 높은 프레임이어서 놀랄 정도였는데 지역의 특성을 한 두 장이라도 넣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했으며 박일선씨에 대해 “이 동네 사람들을 희망의 눈길로 바라본 점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서치정씨와 더불어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세 참가자 중 한 명은 김영철씨였다. 식당과 떡집 등, 일하는 삶의 현장에 깊숙이 다가가 다큐멘터리사진의 기본기가 탄탄함을 과시했으나 몇 장의 사진에서 다큐멘터리와 벗어난 접근을 보여주는 바람에 통일성이 깨진 점을 심사위원들이 아쉬워했다. 이번 행사엔 강남의 규모 있는 갤러리인 ‘스페이스22’에서 정진호 대표, 윤승준 관장을 포함해 6명이 대거 참가해 워크숍 일정을 함께하며 관심을 보였다.

지난 8일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태백체험공원앞에서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자 일행.

한편 이번 워크숍엔 지난해 ‘아버지는 광부였다’ 사진전을 열었던 박병문 작가, ‘써지컬 다이어리’ 사진전을 열었던 노상익 작가, ‘일본 인(in) 아리랑별곡’ 사진전을 열었던 손대광 작가가 자리를 같이해 ‘한겨레포토워크숍’을 빛냈다. 이번 워크숍을 취재한 MBC 황지웅피디는 “2월 25일 저녁 6시 10분 강원도 전역 MBC에 나가는 생방송 강원 365에 소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번 한겨레포토워크숍은 4월 25일~26일에 걸쳐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광역시 일대에서 열린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제16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최우수상’ 수상 이현준씨

황량한 모습, 가슴 한편 허했지만
순박한 사람들의 마음씨에 반해
“사진속에 나를 담아야” 말에 공감


이현준 한겨레포토워크샵 최우수상 수상자.

건설회사에서 건축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풍경사진, 건물 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렸었습니다. 그리고 화려하고 멋진 사진을 어떻게 하면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는지에만 고심해왔었습니다. 즉, 사진에는 제가 없었고 그 장소만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 한겨레 교육 문화센터와 우연히 인연을 맺어 윤광준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자신이 사진 속에 들어있지 않은 사진은 사진이 아니다’라는 일관된 주제에 공감하였습니다. 그리고 곽윤섭 선생님의 촬영전 워크숍 시간에 해주신 몇 마디는 제 사진의 방향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했습니다. 1박 2일간의 태백 워크숍에서는 임종진 작가님의 섬세하고 가슴 따뜻한 리뷰와 촬영에 동행하신 김민수 선배님의 조언과 보여주시는 작품들에 자극을 받았었습니다. 리뷰시간에 다른 분들의 사진 한 컷, 한 컷에서 메시지를 읽었고, 사진구도 및 미학적으로도 훌륭한 작품들을 보며 부러워했고, 저는 왜 저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기 독려가 있었습니다. 제가 부족한 것을 알기에 많은 분들을 대표하여 상을 받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태백이라는 평소에 발길 닿지 않고 생각조차 미치지 않았던 도시에 가서 1박 2일 동안 머물면서 태백이 내 도시인 마냥, 마음 한편이 저미었고 제가 태백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내버려진 도시의 현 상태를 보니 가슴 한편은 허했지만, 순박한 동네 사람들과 인사와 대화를 건네면서 정작 그네들의 마음씨에 짠해지며 반해서 돌아왔습니다. 이렇듯 사진 찍는 내내 태백이라는 도시와 순박한 인간들에 대한 진지한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더없이 기쁩니다.

이번 워크숍 동안에 자신을 사진 속에 담는 멋진 작가 분들과 동행하게 된 것이 굉장한 즐거움이었고, 그 분들과 친해지고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다들 사진 생활하시면서 즐겁게 셔터를 누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현준 최우수상 수상자






짧은 1박2일…태백도 사진도 ‘나의 일부’가 되었어요

워크숍 참가한 아나운서 이다슬씨

이다슬 MBC 강원영동 아나운서.

한겨레 사진마을의 16기 포토 워크숍을 통해서 내 고장, 과거 내 아버지가 일하던 곳이었고 지금은 내 일터의 일부이기도 한 태백.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여태껏 잘 알지 못했고 막연한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그 태백이 지역을 넘어, 장소로서의 의미를 넘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사진에는 문외한이라 익숙한 것이라고는 셀카뿐이었으며 심지어 “좋은 사진은 카메라가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갖고 있던 28살, 이다슬. MBC 강원영동, 삼척에서 일한 지 1여 년이 되었고 그간 태백에 대한 이야기, 탄부에 대한 이야기에 목소리를 입히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1박2일은 색달랐습니다.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의 뒤에 서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렌즈 속에 담기는 나의 모습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렌즈 속에 대상을 어떻게 담을까를 난생처음으로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첫 촬영지이자 태백의 삶의 독특함과 여기저기 할퀴어져 빨간 맨살을 드러낸 상처를 모두 보여준 철암 삼방동 탄광 역사촌. 같은 공간을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첫날 사진 리뷰 시간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손이 터질 듯이 추웠던 한보 탄광을 비롯한 태백의 명소들도 인상 깊죠. 하지만 현지인인 저에게 일박 이일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은 모두의 사진을 볼 수 있었던 이 리뷰 시간이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하루종일 함께 같은 곳을 돌아다니던 사람들, 그때까지는 이름도 얼굴도 헷갈리고 성격은 더더욱 알 수 없던 무채색의 사람들이, 그들의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아주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통해 개성을 맘껏 드러내고 나니 함께했던 사람들의 직업, 전공, 삶, 나이, 성격이 그렇게 뚜렷하게 기억될 수가 없었던 것이죠.

사진이라는 것이 단순히 평면 위에다 세상을 찍어 옮기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감동을 주고 싶다고 억지로 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나는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드러나고 나의 시선과 감정도 숨길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태백은 그랬고, 사진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짧은 1박 2일. 인연이 생겼고 추억이 쌓였습니다. 앞으로는 태백도 사진도 진짜 저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다슬(MBC 강원영동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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