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대표가 아닌 과거 이재명 시장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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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기, '착한' 이재명을 누가 원할까
▲ 이재명 대표 발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좀 창피한 이야기지만, 예전 트위터(현 X)라는 SNS가 한창 인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유행처럼 사용할 때 친구 수를 늘리기 위해 맞팔(서로 친구 추가)을 하자며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루에 SNS 회사가 정한 범위 내에서 자동으로 다량의 스팸 DM(Direct Message)을 SNS에 뿌리면 되는 일이었는데 당시 내가 작성한 메시지의 내용은 이랬다.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맞팔하시죠."

그때는 워낙 이런 수법으로 SNS 친구를 늘리는 사람이 많다 보니 내 메시지는 시쳇말로 읽씹('읽'고 '씹다'의 준말로, 주로 문자 메시지나 SNS에서 상대방의 메시지를 읽고도 답장하지 않는 행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내게 답신을 해 준 사람이 있었다.

"독도랑 SNS 맞팔이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맞팔할 테니 잘 지내봅시다."

답신을 보며 시커먼 내 속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창피했었다. 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였다. 사실 그때는 그가 누군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몰랐는데, 그와 SNS로 소통하면서 보니 흰머리 투성이에 땀 냄새 베인 듯한 남루한 양복을 입고 불의를 보면 바른 말 하기에 바쁜 그의 모습은 꼭 의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과도 닮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의원 시절 5공 비리 청문회장에서 거짓말과 불리한 질문만 나오면 잘 모르겠다는 발언을 일삼는 전두환씨에게 자신의 명패를 던지며 군부 독재로 인해 고통받고 신음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던 적이 있었다.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악인에게 그는 똑같이 폭력으로 맞대응을 한 건데 이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생각한다.

어제(26일), 윤 대통령 지지율이 탄핵안 가결 후 30% 돌파, 보수층 결집 양상이란 기사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과연, 더 이상 정부 비판글을 써도 될까? 거기다 내란 동조자들이 TV에 나와서 대국민 담화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를 보며 이 사람들은 절대 상식적인 사람들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발언들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명패를 전두환씨에게 집어던졌던 강력한 대응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민주주의의 잣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과연 옳은 건지 반문 또한 들게 했다.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도 잘 먹고 잘살다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난 전두환과 그를 비호하던 세력들의 사례는 아직까지도 국민들에게 크나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현재 우리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 경제 불황, 사회 양극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외교적 긴장 등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나라가 침몰하는 상황이지만 뭐하나 재대로 되는 게 없어 보인다. 이제 정치인들의 역할과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겠지만 현재의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된 '착한 이재명' 의 모습은 개인적인 아쉬움을 준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대한민국의 리스크이자 내란 사태 주범의 대통령직 배제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보여주었던 강력한 모습과는 달라 보여 아쉽다.

부디, 극작가인 버나드 쇼의 말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상황이 두 번 다시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5공화국 이후 우리는 아주 긴 시간 민주주의란 미명 아래 전씨를 단죄하지 못했고 민주주의가 고도화된 듯 보였던 이 시점에 결국 또 다른 악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영웅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인들이 진정한 리더십과 정의감을 발휘해 이 국난을 이겨내는 것이다. 부디, 국민들의 염원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욱 굳건해지도록, 이재명 대표는 과거 시민들을 위해 무소의 뿔처럼 정진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와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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