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사업에 따른 지역주민과 갈등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도봉구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지하화'는 4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들여 전면 수용한 반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요구한 우회노선안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GTX-C 노선 사업은 다음달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상정된다. 이후 국토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간 실시협약을 맺고, 올해 12월 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착공을 진행할 예정이다.
GTX-C 사업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에서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국가철도망이다. 의정부와 창동, 청량리, 왕십리를 거쳐 삼성, 양재, 과천, 의왕, 수원으로 이어진다. 강북권 재개발 지역과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모두 관통하면서 크고 작은 지역주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국토부는 가장 큰 주민갈등 문제였던 도봉 구간(도봉산역~창동역) 지하화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관통을 두고 180도 다른 해결책을 내놨다. 도봉 구간 지하화 요구는 1년여만에 전면 수용했지만, 은마아파트 우회노선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도봉 구간은 도봉산역에서 창동역까지의 5.4㎞ 구간이다. 지하화에 따른 증액분은 공사비 4000억원, 운영비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추가 공사비는 정부가, 추가 운영비용은 민자사업자가 분담하기로 했다. 1년여간 감사원 공익감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민자적격성 조사까지 거치면서 사실상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다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 해결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서 GTX-C 창동역 주민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 회장을 만나 '주민 뜻과 미래 후손의 입장을 생각해서 기업이 어렵겠지만 최선의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정의선 회장이) 받아들였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도봉 구간 지상·지하 논란 자초한 책임 커…은마아파트 우회노선은 실현가능성 낮아
은마아파트 주민 갈등은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는 GTX-C 노선 기본계획안 공개를 요구하는 취지의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노선 변경을 위한 우회노선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국토부가 가지고 있는 수준의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도봉 구간 지하화 문제가 해결되면서 은마아파트 우회노선도 수용할 여지가 생기는 것 아니느냐는 기대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은마아파트 우회노선에 대해 재검토할 여지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은마아파트 우회노선은 도봉 구간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주민들이 제출했던 우회노선안은 사실상 반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만약 노선을 우회한다고 하면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