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징용 시민단체, 1억5000만원 기부받아 피해자에 428만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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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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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직 인건비 3205만원 써 최다
작년엔 지출 77%가 관리운영비
피해자측 “갈비탕-명절선물 전부”
단체이사장 “세세한 운영 잘 몰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시민단체가 2021년 한 해 동안 기부금 1억5000만여 원을 받아 그해 생존 피해자 양금덕(94) 김성주(94) 할머니 등 피해자 측에 직접 지원한 사업비가 420여만 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이 단체의 관리운영비가 전체 지출액의 약 77%를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24일 확인한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사장 이국언)의 2021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이 단체는 한 해 수입액 1억5554만여 원 가운데 약 6437만 원을 지출했다. 이 중 양 할머니를 대표 지급처로 세운 ‘(피해자) 방문 및 지원사업’에 427만9350원을 썼다. ‘수혜 인원’은 35명이라고 기재했다.

지출액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은 이 이사장을 비롯한 상근직의 인건비(약 3205만 원)가 차지했다. 이어 일본어판 자서전 출간(약 1050만 원)과 관리운영비(약 524만 원), 회원사업비(약 479만 원) 순으로 지출됐다. 피해자 직접 지원은 아니지만 단체 고유의 사업으로 볼 수 있는 구술사업과 연대사업비, 행사진행비는 약 37만∼28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소액이었다. 2021년 잔액은 지출액보다 많은 약 9117만 원으로, 다음 해로 이월했다.

2022년 명세서는 전년과 달리 세부 명세가 없이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 관리운영비와 사업비만 기재돼 있다. 관리운영비는 8599만여 원, 사업비는 2576만여 원으로 각각 지출액의 약 77%, 23%를 차지했다. 사업비 지급처와 관리비 지급처는 모두 공란이었다.

이 단체는 2009년 3월 강제징용 문제 공론화, 피해자 후원과 소송 지원 등을 해오다가 2021년 5월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했다. 세법상 공익법인은 법인세법 39조에 따라 매해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4개월 안에 법인 홈페이지와 국세청에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투명하게 내역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다.

이 단체의 도움을 받은 일부 피해자 가족은 “말은 지원 단체인데 받아 본 게 행사 참여했을 때 갈비탕 한 그릇, 명절에 보내오는 사과 박스가 전부여서 섭섭했다”고 말했다고 피해자 가족과 접촉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이사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별도의 운영 회계 없이 단체는 100% 기부금으로만 운영된다”며 피해자 지원사업 지출에 대해 “세세한 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단체 김정은 사무처장은 이날 통화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명절 선물을 드리거나 방문 시 먹을 것을 사드리고 난방비를 지원했다”면서도 “내부 감사에서도 운영비에 비해 할머니들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비가 적어 보이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사항을 더 정확하게 기재해 줘야 한다는 지적 사항이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부 관리운영비와 사업비 명세, 지급처를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혼자서 상근을 하다 보니 ‘써야지’ 해 놓고 누락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공익법인의 지출액보다 잔액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 외에 우리 사업으로 역사관이나 자료관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누적으로 비축해 둔 돈”이라며 “아직 재원이 많은 단체가 아니다 보니 다른 사업들을 준비하기 위한 금액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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