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연호 “농번기에 봐요”…北 공작원 “베트남에 피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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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08. 오후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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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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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에 보면 좋겠네요. 시간 되는대로 일정 주세요.”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대표는 2013년 4월 A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한 달쯤 후 답장을 받았다. “피서 가야죠. 6월 말이나 7월 초가 좋을 듯싶고. 베트남도 괜찮다네요.” 두 사람은 실제 그해 8월 베트남에서 만났다. 하씨는 베트남에서 이틀간 머무르면서 호텔 두 곳을 오가며 A씨를 만났다. 방첩 당국 조사 결과 A씨는 북한 대남공작기구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이었다.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대표./JTV 유튜브 캡처

하씨와 A씨는 이 만남을 위해 2013년 3월부터 그해 8월까지 사이버드보크(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를 활용해 28회에 걸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일정과 장소를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씨는 출국 직전 A씨로부터 “택시 탈 일이 있을수 있다”며 ‘나를 B마트로 데려다 주세요’라는 베트남어 문장과 현지 전화번호도 전달받았다. 하씨는 “잘 적어뒀다”며 “전화가 안 되더라도 일정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내용은 법무부가 8일 국회에 제출한 하씨 공소장에 담겼다. 전주지검은 앞서 지난달 20일 하씨를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회합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3년 8월 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 A씨를 만난 데 이어 2016년 5월, 2017년 8월, 2019년 11월에도 중국에서 A씨를 만난 혐의다. 하씨는 2016년엔 회합 후 “집에 잘 도착했다”며 귀국 보고 메일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하씨는 이메일을 통해 A씨와의 만남 일정을 조율한 것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정세도 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하씨는 메일 계정을 바꿔가며 2013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자신이 소속된 단체를 포함해 국내 시민사회단체 동향과 국내 정치 및 정당 동향, 진보 진영에서 논의되는 투쟁 방식 등을 A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여기엔 한미군사훈련 반대 기자회견, 사드 반대 투쟁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하씨는 2017년 4월 진보 진영 분열을 안타까워하면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테스트이벤트로 강릉에서 열리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경기를 보러 가는데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하씨는 이 과정에서 반미자주,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 주장을 선전·선동하는 내용에 부합하는 취지의 이메일이나 공작금 수수 방법, 스태가노그래피(암호화 프로그램) 관련 자료 파일, 암호화·암호해독 자재 사용 방법, 개인 홈페이지 내 비밀 댓글 작성 방법 등이 담긴 이메일을 A씨와 주고받은 혐의도 받는다. 하씨와 A씨는 2007년부터 음어를 사용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하씨가 국내 다른 사람 명의 도용 또는 외국계 메일 계정 등을 활용해 북한 공작원과 통신 연락 방법 등에 관해 은밀하게 연락했다”며 “국가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북한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공작원과 통신 연락했다”고 밝혔다.

기자 프로필

200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디지털뉴스부, 산업1부, 스포츠부를 거쳐 다시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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