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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읽어주기, 너무 어려워요 (제1탄)_습득, 학습, 훈련이 필요해요

2024.01.03. 오후 2:02

“아이 마음을 읽어주는 거 너무 어려워요……”

아이와 돈독한 관계가 되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입니다.

이들은 어쩌면, 주변 누군가의 육아 조언을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라"는. 이들은 어쩌면, 몇 권의 육아서를 읽고 혼자 시도해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 마음을 읽어주려고. 이들은 어쩌면, 어느 짤막한 동영상이나 교육적인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는 이내 뭉클해져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릴 적 아이였던 자기 마음을 몰라준 부모가 떠올라서 자신의 자녀만큼은 그리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을 헤아려 주며 키우겠다고 결심했을 수도 있겠지요.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동기부여를 받은 엄마는 의욕에 가득 차 시도했을 겁니다. 여기서 ‘아이의 마음’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을 뜻하며, ‘읽어주기’라는 것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말이죠. 처음엔 맨땅에 헤딩하듯 자신을 밀어붙였겠지요. 엄마인 내 마음보다는 일단 기분이 나빠 보이는 아이가 더 신경쓰였겠지요.

“아, 그래. 속상했겠다. 기분 나빴겠다. 아, 그랬어” 하면서 그 마음 알아주려 했겠지요. 그러나 머지않아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질 줄은 예상 못 했을 겁니다. 잘 안 되니까요. 아이 마음 읽어주겠다고 찡찡거리는 아이 옆에 붙어 있다보면 속이 터지거든요. 엄마인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겨나고, 모종의 감정들이 올라와요. 그러다 자포자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테죠.

아이 마음 읽어주는 거 너무 어려워. 힘들어. 난 못해’

결국, 이렇게 저렇게, 한 번 두 번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자책감과 자괴감이 밀려와요. 스스로에게 ‘나쁜 엄마’라는 차가운 족쇄를 채우기 시작할 겁니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라는 몹쓸 관념들 사이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는 죄인 심정으로 매일 육아에 임하고 있을 거고요.

하루 동안 아이랑 얼굴 붉히는 일 없었고, 아이를 웃게 만들었으면 내가 좋은 엄마인 것 같고, 아이와 한바탕 싸우고 화를 쏟아냈다가 결국 울리고 재우게 되면 돌아서서 후회하죠. ‘아무래도 난 나쁜 엄마인가 봐. 엄마 자격이 없나 봐. 이럴 거면 대체 애는 왜 낳은 거야. 생각없이……’하면서요.

그러나 이들은 칭송받아 마땅한 엄마들입니다. 적어도 시도는 해봤잖아요. 기특한 엄마들입니다. 의욕에 차서 시도는 했으나, 기대했던 것만큼 잘 안되니까 하소연이 나오는 거죠. 하지만 이들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한 양육자들입니다. 비록 기간은 짧았을지라도 시행착오를 겪었을망정 노력하고, 반성하며, 그래도 아이 키우는 데 좋다고 하는 거, 육아에 도움 되는 거 있으면 또다시 도전해 볼 사람들이잖아요(그런 마음가짐으로 지금도 이 글을 읽고 있 거잖아요!).

뭐라도 좋은 것이 있으면 자녀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입니다. 아이 마음을 읽어주고, 헤아려 주고, 알아차려 주고 싶은 그 갸륵한 마음 말입니다. 사랑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방통행이었습니다. 그러니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왜,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까?

‘마음 읽어주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어릴 적부터 주변 어른들과의 인간관계 안에서 경험을 통해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몸에 베어있지 않으니 못하는 것입니다(습득).

배운 적 없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학습). 모르는 채로 맨 땅에 헤딩을 했으니, 머리가 아픈 것도 당연합니다.

배웠다 한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결과입니다(훈련).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나도 해보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는 해봤어요. 그런데 뭔가 딱히 좋아지는 것 같지도 않아요. 아이도 그렇고, 엄마 자신도요. ‘마음 읽어주기’라는 본인의 새로운 시도와 그 노력에 대한 효과를 딱히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 시행착오 속에서 육아에 대한 효능감(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또는 기대감)도 뚝뚝 떨어지는 거고요.

다시 한번 적어볼게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세요”

이는, 아름답게 들리긴 하지만 너무 쉽고, 무책임하게 내뱉는 육아 조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와 같은 조언을 한다면 앞으로는 반드시 되물으십시오.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요?”

“아이 마음속에 ‘무엇’을 읽어주라는 건가요?”

그리고 계속해서 질문을 추가하세요.

“아이 마음을 읽어주다가 엄마인 내 마음이 힘들어지면, 어떡하면 좋죠?”

“어떨 땐 아이 마음을 알아주기가 싫어요. 그럴 땐 어떡하면 좋죠?”

“아이 마음만큼이나 내 마음도 중요한데. 그건 어떡하죠?”

등등등...

‘마음을 읽는다는 것’

쉽지 않습니다.

몸으로 체득한 적 없고, 머리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배웠지만 습관으로 자리잡힐만큼 충분히 훈련하지 않아서도 그렇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무의식적으로 체득된 말하기/듣기/관계맺기 습관을 가진 채로 몇 십 년 넘게 살아왔어요. 그러다 첫 아이를 키우게 됐지요. 육아를 시작한 지도 채 몇 년(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어요. 자, 몇 십 년 짜리 습관이 더 힘이 셀까요, 결심한지 몇 일 되지 않은 첫 시도가 힘이 더 셀까요?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마음 읽어주기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