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맺은 합의서 내용을 재확인했다."(2022년 서울교통공사 노사 합의)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노사가 최근 타결한 임금·단체협상안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엔 파업 하루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올해도 상황은 심각하다. 노사는 지난 7월 11일 1차 본교섭 개시 이후 총 10차례의 교섭(본교섭 3회+실무교섭 7회)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공사 노조는 지난 9~10일 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22일 총파업도 예고했다.
올해 노사 간 쟁점도 인력 감축안이다. 공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26년까지 정원 1만6367명(지난해 말 기준)의 13.5%인 2212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노조는 자회사 위탁 반대, 정년퇴직으로 발생하는 결원에 대한 대책 등으로 맞서고 있다. 3년간 같은 협상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강대강' 대치 상황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공사 노사는 구조적이고 고질적 문제는 덮어두고 '미봉책'만 만들었다. 대규모 손실 보전을 위한 공사채 발행을 위해서였다. 실제로 공사는 2020년 1조1337억원, 2021년 96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도 64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1∼2022년은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을 반영한 규모로,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3년 연속 1조원대 적자다. 지금까지 누적 적자는 17조6808억원에 이른다.
오히려 '노노 갈등'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파업에 불참하고,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없어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이른바 'MZ노조'인 올바른노조는 "정규직이나 다름없는 무기계약직이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돼 갈등을 일으키고 조직의 비효율화를 초래했다"고 꼬집고 있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합병으로 탄생한 공사는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고비용 인력구조 문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꼬박꼬박 내는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공사에서 근무하면서 서울시민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고 벌이는 파업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면서 "시민이 추가로 지불한 비용 이상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서울시의 약속이 무색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