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이 자초한 민진당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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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
中 줄곧 군사적 압박수위 강화
대만인들 對中 불안·불신 키워
'美 안보 보증수표' 인식도 증가
韓, 양안문제에 원칙 확립할때

[서울경제]

대만 총통 선거에 이변은 없었다. 여당인 민주진보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면서 이례적으로 12년 연속 집권하게 된 사실만이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4년 임기의 총통이 연임은 가능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8년씩 교차 집권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중국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외교적 공세가 2016년부터 나날이 강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대만인의 불신과 불안이 커졌다. 결국 대만인의 이런 심리적 공황이 ‘친미’ 성향의 여당 총통 후보에게 대만의 안보를 담보한 것이다.

2016년 민진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의 군사적 공세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주지하듯 민진당은 대만의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 외교를 구사하는 정당이다. 대만 통일을 국정 최대 목표로 하는 중국공산당에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런 대만 지도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다양한 군사·외교적 수단의 동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압박의 수위는 대만의 ‘영해’와 ‘영공’의 인접 거리까지 향했다. 민진당 집권 이후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무시하는 중국 전투기의 침범 횟수는 급상승했다.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전투기가 대만해협의 이른바 ‘중간선’을 넘나들며 대만인의 불안은 고조됐다.

대만인들의 중국 불신은 2019년 화룡점정을 이뤘다. 홍콩 민주화 사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을 지켜본 대만인은 더 이상 중국이 오랫동안 견지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통일 방식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 수위가 상승하면서 대만인이 미국을 안보의 보증 수표로 인식하는 정도도 비례적으로 증가했다. 대만해협을 두고 미중 경쟁이 강화되면 될수록 대만은 미국에 경도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 변화에 우리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선 대만해협의 긴장 국면과 위험 수위가 올라가면 우리도 국제사회와 함께 안정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평시에 노골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둘째, 미국의 대중 압박과 견제가 강화될수록 중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우리도 유연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중국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절충점을 찾기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가령 지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이후 중국은 미국과 합의한 사항의 후속 조치를 위한 성의를 표시하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 4차 산업 시기에 진입한 중국도 특히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대만 및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원으로서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 마련이 필요하다. 미중 경쟁이 심화할수록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비현실적인 상황이지만 우리 입장을 외교적으로 분명히 해야 할 시간은 도래할 것이다. 현재 중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간선을 침범하는 우리의 안보 상황이 대만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원칙을 우선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과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대만해협의 긴장 상승 시 최소한 유엔과 같은 다자무대에서 국제사회와 한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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