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위해 영화관 임대차 계약 해지 나서
건물 소유주 운용사 ‘비상’…일방적 계약 파기 우려
극장을 상영하는 대형 멀티플렉스 운영사들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영화관 구조조정에 나섰다. 20년짜리 초장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해 리스 부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극장 소유주인 영화관 펀드 자산운용사들과 마찰까지 이어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는 양상이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대전 둔산점 임대인인 리치먼드자산운용에 대전 둔산점 영업 종료에 따른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송부했다. 롯데컬처웍스는 계약 해지 근거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제시했다.
위약금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던 롯데컬처웍스는 수익이 나지 않는 지방 영화관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경북 경산점 임대차 계약 해지에 따른 민사 소송에서 “위약금의 62%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받았다.
영화관 업계 1위 CJ CGV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임대차 계약 해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인천 논현점을 폐쇄한 뒤 JB자산운용에 ‘영화관 폐업 관련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2034년까지 남아 있는 임차 계약을 해지한단 내용을 담았다. 잔여 임대차 계약에 따른 위약금은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관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임의 계약 해지가 불가능한 구조로 짜여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점포 늘리기 경쟁을 위해 초장기 계약을 맺었다가 업황 악화를 이유로 막무가내식 해지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영화관 운영회사들은 영화관 건물 소유주와 15~20년짜리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어왔다.영화관 운영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장기 임대차 계약으로 시장을 선점하려 했다. 영화관 건물 소유주도 영화관 운영회사가 이탈하면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장기 임대차 계약 구조를 원했다. 영화관 인테리어는 스크린, 음향 시설, 좌석 등을 갖추고 있어 임차인이 나가면 일반적인 음식점, 카페로 활용하기 어렵다. 맞춤형으로 시공해야 하는 건물 소유주와, 점포를 늘리려는 영화관 운영회사 모두 안정적인 장기 임대차 계약을 선호했던 이유다.
벼랑 끝에 몰린 영화관 운영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영화관의 임대차 계약 파기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관 운영사가 일방적으로 해지한 뒤 법원에서 승기를 잡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는 2022년 JB자산운용이 보유한 대구 경산점 임대차 계약을 임의 해지해 운용사와 갈등을 빚었다. 2035년까지 맺은 계약을 해지해 13년어치인 약 131억원의 위약금이 발생했고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 법원에서는 위약금 중 5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38% 수준의 위약금만 내고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계약 상대방인 건물 소유주들도 수익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펀드 운용사들이란 점이다. 운용사들이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로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갈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롯데나 CJ를 믿고 임대차 계약을 맺게 되는데 상황이 어렵다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부동산 IB 업계에서 대기업그룹 임차인에 대한 신뢰가 깎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